마카오 GP 취재 수첩(2) - 정신 없이 지나간 마카오의 축제, 취재 뒷 이야기...

by김학수 기자
2016.11.24 13:37:07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지난 주말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의 이목은 마카오에 집중됐다.

평소의 풍경과 달리 마카오에는 우렁찬 엔진음이 눈길을 끈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 세계적인 관광 도시 마카오와 마카오의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관광을 위한 도시 ‘마카오’가 매년 아찔한 사고와 경쟁 그리고 차세대 스타를 배출하는 모터스포츠의 성지, ‘마카오 기아 스트릿 서킷(Macau Guia Street Circuit)’의 모습을 찾기 시작한다.

마카오 그랑프리는 어느덧 63회를 맞이한 역사 깊은 모터스포츠 이벤트다. 마카오 시가지 속 대로와 언덕길, 해안 도로 등을 하나로 묶은 6.12km 길이의 아스팔트는 1/1000초의 승부를 벌이던 F1을 비롯해 수 많은 포뮬러 드아이버들과 혈투와 다름이 없는 격렬함을 선보이는 GT 및 투어링 카 드라이버 그리고 간을 내놨다고 할 수 밖에 없을 라이더들의 피와 땀이 담겨 있다.



마카오 그랑프리가 그 어떤 레이스 이벤트보다 눈길을 끄는 건 ‘모두가 하나되는 레이스 이벤트’라는 점이다. 올해의 마카오 그랑프리는 FIA F3 월드컵과 FIA GT 월드컵, 마카오 기아 레이스 2.0T 그리고 50주년을 맞이한 ‘마카오 모터사이클 그랑프리’ 등을 앞세워 전세계의 모터스포츠를 하나로 묶는 이벤트가 마련됐다.

역시 눈길을 끄는 건 FIA가 주도하는 월드컵 이벤트다. FIA의 이름을 내건 만큼 FIA F3 월드컵은 전세계 F3 챔피언십에서 ‘좀 달린다’는 선수들이 모두 참여했고, FIA GT 월드컵 역시 유럽과 아시아, 미국 등의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출사표를 냈고, 연습부터 예선 그리고 예비 결승과 결승을 거치며 수준 높고 치열한 경쟁으로 관람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게다가 글로벌 시리즈와 중국을 대표하는 레이스가 함께한 ‘마카오 기아 레이스 2.0T’도 마련됐다. 최근 몇 년 전까지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WTCC(월드 투어링 카 챔피언십)을 밀어내며 어느새 투어링 카 레이스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TCR이 중국을 대표하는 CTCC와 함께 레이스에 나선 것이다.

물론 중화권에 대한 응집력도 잊지 않았다. 글로벌 레이스 외에는 마카오 투어링 카 컵과 마카오 로드 스포츠 컵을 통해 통해 미니 쿠퍼와 푸조 RCZ, 쉐보레 크루즈는 물론이고 90년대 일본 스포츠카들의 퍼포먼스를 재확인 수 있었다. 게다가 BAIC Motor의 세노바(Senova) 원메이크 레이스 사양의 차량으로 진행되는 차이니즈 레이싱 컵은 중화권 모터스포츠를 이끌 차세대 주자들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레이스가 진행됐던 만큼 미디어 센터 역시 ‘글로벌’한 분위기였다. 노후화된 시설로 인해미디어 센터의 공간 자체는 국내 서킷(KIC, 인제스피디움)에 비해 공간이 무척 비좁았지만 그 안을 채우는 미디어들은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바쁜 와중에도 모터스포츠 취재활동을 하며 면식이 있는 기자들을 만날 때면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같이 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미디어 센터의 담당 직원과 이야기를 하며 영어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다른 무엇보다 한국에서 이번 마카오 그랑프리의 취재를 신청한 매체가 우리 외에는 없다는 말이 가장 아쉬웠고 또 우리 밖에 없었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에 모터스포츠 시장의 발전이 시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국내를 비롯해 해외를 다니며 다양한 레이스를 취재하게 되면 각 서킷의 미디어 센터를 이용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미디어 업무 공간’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운영이나 시스템 적인 부분에서는 비슷한 점이 많지만 확실히 마카오 그랑프리는 ‘경험’과 ‘노하우’가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카오 기아 도심 서킷은 모터스포츠 취재 경험이 많은 기자에게도 쉽지 않은 무대다. 도심 속에 위치하는 만큼 사진 촬영을 위한 포인트도 제한적이고 동선을 짜거나 레이스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마카오 그랑프리 미디어 센터의 한 쪽 벽면에는 마카오 기아 도심 서킷 지도와 사진 포인트, 오피셜 배치, 구난, 구조 차량 배치 등을 모두 표기해뒀다.

게다가 사진 포인트를 ‘포인트 위치’와 ‘포인트에서 촬영 시에 볼 수 있는 시야’를 촬영하여 언어차이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렵더라도 기자 스스로가 촬영을 원하는 포인트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미디어를 방송/라디오 그리고 프린트 및 온라인 등 각 형태에 맞춰 최적화된 운영 솔루션을 개발, 관리해 취재 활동이 더욱 용이했다.

이와 함께 레이스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빠르고, 풍부하게 전달한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를 취재하다 보면 ‘기자에게 제공되는 경기 관련 정보’가 무척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카오 그랑프리는 ‘인시던트 리포트(Incident Report)’ 제공하여 각 레이스의 시간 별로 발생한 사건을 정리하여 기자들에게 제공한다. 물론 이러한 정보들은 ‘광동어’와 ‘포르투갈어’ 그리고 영어로 제공된다.

물론 각 레이스를 운영하는 주최 측에서도 기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역시 무척 인상적이었다. 대회 측의 적극적인 자세 덕분인지 각 대회에 출전하는 팀들 역시 출전 상황이나 항의 등과 같은 내용을 빠르게 전달했다. 다만 이번 마카오 그랑프리에서는 한 팀이 ‘차량 문제로 출전하지 못한다’라는 서류를 제출해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마카오 그랑프리의 주요 이벤트의 최종 결승 경기들이 집중된 20일의 일정표를 처음 봤을 때, ‘하나의 레이스에 주어진 진행 시간이 무척 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는 마카오, 경기는 시작과 함께 사고가 발생하고, 세이프티카가 수 없이 코스로 진입했고 마카오 기아 레이스 2.0T와 FIA GT 월드컵의 경우에는 당초 예정된 주행 거리를 제대로 채우지도 못하고 경기가 끝났다.

경기 운영 시간이 조금 더 타이트했다면 제대로 달리지도 못했을 뻔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경기 중단(적기)’ 상황에서의 각 팀과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세이프티카의 인도에 따라 피트로 돌아온 선수들은 곧바로 차량에서 내려 헬멧을 벗고 피트 로드나 레이스카에 기대 쉬는 모습이었다. 일부 선수는 슈트의 지퍼를 열고 땀을 식히는 경우도 있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레이스에서도 볼 수 이는 장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막간을 활용한 인터뷰다. 적기와 함께 피트 로드로 뛰어든 중계 카메라와 리포터들이 경기가 중단된 후 다시 재개될 때까지 ‘관람객들을 위한’ 그리고 ‘레이스 상황 파악’을 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물론 선수들은 편안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며 ‘미디어에 익숙한 모터스포츠’를 느끼게 했다.

물론 이의 장면을 카메라로 담기 위해 기자 역시 피트로 내려갔고, 차량을 정비하는 미케닉들과 주행 데이터를 분석하는 엔지니어들 그리고 땀을 식히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드라이버의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잠시 후 경기 재개 신호에 맞춰 미디어 센터로 복귀했는데, 레이스 재개 직후 다시 한 번 적기가 발령되며 피트로 돌아오는 레이스카들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미디어 센터의 모든 이들이 탄식했다.



그런데 이번 마카오 그랑프리를 취재하면서 아쉬웠던 점도 분명 존재했다. 특히 전체적인 경기 운영 능력 부분에서는 이전만 못한 느낌이었다.

20일 가장 먼저 시작된 마카오 기아 레이스 2.0T는 경기 중 사고로 인해 첫 번째 레이스와 두 번째 레이스가 당초 예정된 10랩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5랩과 7랩으로 마무리됐다. 경기 자체로만 본다면 ‘준수한’ 운영이었다고 하지만 막상 경기 중 발생한 사고를 고려한다면 ‘이렇게까지 시간이 허비될 필요가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마카오 기아 레이스 2.0T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이어 진행된 FIA GT 월드컵은 말 그대로 촌극이었다. 당초 18랩(약 110km)을 달리는 것으로 예정된 레이스였지만 경기 결과에는 단 4랩을 주행하고 경기가 종료된 것으로 기록됐다. 경기 중 레이스카가 대파되거나 여러 대가 뒤엉키는 장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물론 레이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단 한 대의 레이스카의 사고 처리에 40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하는 점은 관람석에서 레이스카들의 출발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이나 초조하게 기록 화면과 중계 화면을 바라보는 기자들에게 썩 좋은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경기 종료 역시 답답했다. 사고 처리 후 재개된 레이스는 다시 한 번 사고로 인해 경기가 중단됐다. 그런데 앞서 진행된 사고 처리에 40분의 시간을 허비하며 FIA GT 월드컵에 배정된 운영 시간이 부족으로 인한 강제 경기 종료였으니 그 끝이 깔끔하게 매듭지어진 것도 아니었다. 사실 FIA GT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은 단 한 랩도 전력으로 달리지 못했다.

사실 이 일로 인해 대회를 취재한 기자들은 자신의 SNS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 사진 기자의 경우 자신의 SNS를 통해 ‘관람객들은 이런 경기를 보기 위해 비싼 티켓을 구매한 것이 아니다’라고 글을 쓰기도 했고, 또 어떤 기자는 미디어 센터 안에서 ‘레이스보다 대기 시간이 더 길다’라며 ‘지금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해야 하냐’고 푸념하기도 했다.

그나마 위안이라고 한다면 FIA F3 월드컵의 경우 큰 사고 없이 당초 정해진 주행 거리(15랩/91.8km)를 모두 채우고 종료됐다는 점이다. 물론 경기 중 사고도 발생했고, 세이프티카도 투입되기도 했지만 구조나 구난으로 인한 시간 허비가 크지 않았고, 관람객들은 마지막까지 긴장된 자세로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마카오 그랑프리의 모든 경기가 종료된 후 기록지 및 경기 자료를 챙긴 후 홍콩 공항 행 페리에 올랐다. 탑승 수속을 하는 동안 훈남 선수인 장 칼 베르네(Jean Karl Vernay)와 스테판 윙켈만(Stephan Winkelmann) 콰트로 Gmbh CEO이자 아우디 스포츠 커스터머 레이싱 전무이사 등을 비롯한 다양한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들 어딘가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레이스였다’라며 겨울 동안의 일정이나, 내년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홍콩 공항에서 각자의 짐을 찾고, 비행기 탑승 수속을 마친 사람들은 모두 환한 미소와 악수를 끝으로 각자의 행선지를 향해 걸어갔다. 물론 몇몇 사람들은 화장실, 카페 그리고 면세점에서 만나 괜히 또 웃게 됐다. 분주했던 나흘 간의 모터스포츠 축제는 그렇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