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해임안 폭탄돌리기’ 여야, 모두 전전긍긍
by김성곤 기자
2016.09.23 15:41:49
정세균 “김재수 해임안 상정·처리할 것”
여야, 해임안 처리 놓고 일촉즉발 대치
|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인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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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처리 여부를 놓고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주변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돌고 있다.
김재수 장관 해임안을 둘러싼 여야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과 청와대에 보내는 경고”라며 해임안 처리를 강조하면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국민의당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해임안 상정과 처리는 무차별적인 정치테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여야의 입장은 표면적으로는 강경하지만 속내는 복잡하기 그지없다. 김재수 장관 해임안의 통과 또는 철회 여부에 따라 정치적 득실이 너무나 극명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해임안 통과에 따른 정국파행은 여야 모두 부담인데 이를 헤쳐 나갈 뾰족한 묘수가 보이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더민주, ‘국민의당 공조’ 없이 해임안 가결 불가능
우선 김재수 장관 해임안 처리를 주도하고 있는 더민주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의혹에 대통령 비선실세 논란까지 불거지는 마당에 해임안을 가결시켜 정국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른바 20대 총선 이후 조성된 여소야대 3당 체제에서 야당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것. 그러나 국민의당의 동참 없이는 현실적으로 해임안 처리가 어렵다는 게 고민이다. 야권공조 실패로 해임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더민주는 체면을 크게 구기게 된다.
또 해임안 처리가 불러올 역풍도 적지 않다. 역대 국회에서 장관해임안이 가결된 사례는 5차례에 불과하다. 1955년(3대 국회) 임철호 농림장관, 1969년(7대국회) 권오병 문교부장관, 1971년(8대 국회) 오치성 내무장관, 2001년(16대 국회) 임동원 통일부장관, 2003년(16대 국회)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등 5건이다. 만약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처리되면 만 13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경제·안보 위기상황에 아랑곳없이 야당이 해임안 처리를 주도해 정국파행을 이끌었다는 여론이 부각되면서 상황은 복잡해진다.
아울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만일 국회를 통과한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해임건의안은 행정부 견제를 위해 헌법에 규정된 권한이지만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법적 구속력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부결시 ‘與 2중대’ 여론 부담…‘진퇴양난’ 與, 국민의당에 적극 러브콜
국민의당의 상황도 쉽지 않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단독과반이 되지 않기 때문에 김재수 장관 해임안 처리의 키를 쥐고 있다. 더민주 121명, 정의당 6명, 친야 무소속 5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다고 가정할 경우 재적 과반수(151명)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국민의당 소속 의원 38명 중 최소한 19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해임안이 가결된다. 그러나 상당수 의원들이 이탈해서 해임안이 부결될 경우 새누리당의 이중대라는 야권 지지층의 비난 여론에 시달릴 수도 있다. 아울러 이 경우 정치적 텃밭인 호남민심이 요동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새누리당은 진퇴양난이다. 김재수 장관의 해임안 처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더민주과 국민의당이 공조할 경우 물리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특히 정세균 국회의장 역시 교섭단체간 합의가 없을 경우 국회법 절차에 따라 의사진행을 하겠다는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혀왔다. 만일 김 장관에 대한 해임안이 처리되면 박근혜정부 후반기의 레임덕 가속화는 물론 정국주도권 장악도 물건너 간다. 더구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는 물론 대통령 비선실세 의혹 등을 둘러싼 야권의 공세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이 때문에 국민의당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면서 해임안 처리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장관의 해임안을 놓고 여야가 막판 극적 타협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해임안 처리에 따른 메가톤급 후폭풍은 여야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국 더민주는 해임안 철회라는 새누리당의 요구를 수용하고 새누리당은 세월호특별조사위 활동시간 연장과 어버이연합 청문회 개최 등 야당의 요구를 수용해서 서로가 한걸음씩 물러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앞서 “오늘 대정부질문 후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서 상정해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정부질문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후 9시 이후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