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형제의 난)오너 형제 왜 갈라서게 됐나

by배장호 기자
2009.07.28 19:21:12

[이데일리 김국헌 배장호기자] 금호家 형제간 갈등의 결말은 형제들의 동반퇴진이었다.
형인 박삼구 그룹 회장은 이사회를 주도, 동생인 박찬구 회장을 금호석유(011780)화학 대표이사에서 전격해임했다. 그리고 자신 역시 동생을 해임한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형제경영 모범그룹으로까지 평가받던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형제의 난`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금호아시아나 안팎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사람간 갈등은 금호생명 매각작업에서 두드러지게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금호생명 매각 문제를 두고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 간에 의견이 엇갈렸다. 그룹은 금호생명 매각을 올 상반기 중 마무리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누차 밝혀왔다. 반면 박찬구 회장은 금호생명 매각에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금호생명 인수에 나섰던 기업 관계자는 "매각주관사측으로부터 금호생명 지분 중 1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 보유 지분은 매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고 내심 의아해 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재 금호생명 지분은 1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을 비롯,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그룹 계열사들이 69.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생명 지분을 팔지 않더라도 금호생명 경영권을 인수하는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금호생명 매각을 두고 형제간 의견이 첨예하게 달랐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형제간 갈등이 대우건설에 이어 대한통운을 사들일 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대한통운 인수는 그룹 내 전문경영진 간에도 의견이 분분했으며, 박찬구 회장쪽에서 다소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박삼구 회장측이 주도한 일련의 M&A가 금호아시아나에 유동성 위기를 불러오게 되자, 박찬구 회장측의 불만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굵직한 의사결정에서 배제돼 온데다 그 결과가 좋지 못하게 되자 형제간 신뢰에 큰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박삼구 회장측은 기자회견에서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 된 이후 박찬구 회장측이 자신의 이해관계만 챙기려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일사불란하게 (그룹 방침이)유지돼야 하는 건데 화학 회장(박찬구 회장)이 본인의 이해 관계를 가지고 경영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그룹 유동성 문제에 대한 많은 루머가 나오고, 그룹 분란을 우려하는 시각들이 나타나게 된 이유가 박찬구 회장의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박삼구 회장의 이같은 주장은 박찬구 회장측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추가 매입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박찬구 회장과 아들은 금호석화에 대한 형제간 지분균등 보유합의를 깨고 금호산업 지분을 팔아 석화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계열분리 가능성을 지적하기 시작했고 박삼구 회장측에서도 덩달아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이면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금호아시아나에서는 공식적으로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향후 단일지주회사가 될 금호석화에 대한 경영권 방어조치 등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분매입이라고 밝혔다.

마치 두 형제가 합의하에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는 식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금호석화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이미 40% 수준에 육박해있고 자사주까지 포함할 경우 60%의 지배력이 있는데도 경영권 방어와 지배력 강화조치라는 설명은 납득가지 않는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이후 지난 13일 고 박정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7주기 추모식은 형제간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짐작케하는 자리가 됐다.

박찬구 회장은 가장 늦게 추모식에 참석해 가장 먼저 선영을 떠났다. 아들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도 추모식을 마친 뒤 다른 가족들보다 10여분 앞서 부친과 함께 자리를 떴다.

그룹측의 공식해명대로 형제들이 금호석화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합의하에 서로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보기에는 이날 추모식에서 보인 형제간 행동이 너무 냉랭했다는 것이다.

결국 `눈 가리고 아웅식`의 그룹 공식해명은 한달도 채 못가고 사실상 거짓으로 드러났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석화 이사회를 주도, 박찬구 회장을 해임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퇴진결정을 내렸다. 그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금호아시아나를 살리기 위한 결단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