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업계, 부채를 안고 달린다

by공동락 기자
2003.07.01 16:49:01

9.11 이후 부채 급증..저금리에도 자금조달 불이익

[edaily 공동락기자] 미국 항공기업들의 주가가 지난 수개월 동안 놀랄만한 상승세를 보이며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그러나 높은 부채 부담으로 항공업계의 회복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미국의 10대 항공사들이 지난해 연말을 기준으로 부담하고 있는 부채 총액은 560억달러로 전년도의 270억달러보다 배 이상 급증했다. 단순히 장부상으로 나타난 부채 이외에도 항공기 리스비용, 공항 이용료와 같은 부대 비용을 포함할 경우 항공사들의 총부채액은 1000억달러를 상회한다. 설상가상으로 항공사들의 부담하고 있는 부채의 상당 부분은 매출을 발생시키는데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하루가 멀다하고 돌아오는 채권의 만기를 막는데 사용된다 점에서 더 큰 심각성을 보인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의 항공산업 애널리스트 빌 워릭은 "항공산업과 같이 재무상태가 나쁜 업종은 철강 업종 외에는 없다"며 "퇴직 연금이나 부채 기준에 부합하는 현금을 보유한 기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워릭은 "내년까지 항공사들의 매출이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면 이들이 내놓은 자구안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항공산업은 9.11테러로 극심한 불황에 직면한 이후 현재까지 이렇다할 경영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US에어웨이즈나 유나이티드와 같은 대형 항공사들은 잇따라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하루 하루 인력 감축과 같은 자구안을 내놓고 있지만 그 성과는 아직 미흡하다. 항공사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기 힘들다는 점.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로 시중 금리가 하향 안정화를 보이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들은 높은 부채 비율과 파산 리스크 등으로 시중보다 높은 금리 부담을 지고 있다. 항공사들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것은 9.11테러. 테러 이후 미국의 대형 항공사들의 입은 손실액은 지난 2년간 160억달러에 달했다. 또 유가 상승과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위해 항공사들이 빌린 부채의 총액은 240억달러에 이르렀다. 이후 US에어웨이즈와 유나이티드항공의 파산보호 신청과 같은 악재가 뒤를 이으면서 항공사들은 더욱 깊은 시름에 잠겼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애널리스트 필 배걸리는 "항공 업체들의 부채 비율이 회복을 지연시킬 만큼 높다"며 "만일 대형 테러 사건이 다시 발생한다면 항공업계는 붕괴될 것"이라고 밝혔다. 매출 대비 부채의 비율을 통해 살펴본 항공업체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UAL의 매출대비 부채비율은 137%에 달해 지난 1996년의 94%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노스웨스트의 경우는 60%에서 105%로 급증했고 컨티낸털항공은 62%에서 166%로 수직 상승했다. 이처럼 높은 부채를 바라보는 시선은 항공사들 스스로도 달갑지 않다. 델타항공의 CFO인 마이클 번스는 "기존의 부채도 상환해야 하고 직원들에 대한 퇴직 기금도 마련해야 한다"며 "테러 이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존과는 다른 수단들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노스웨스트의 CFO인 버니 한은 "자금 시장에서 정상적인 대우를 받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수익 모형을 발굴해야할 형편이지만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노조의 적립금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