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안전은?”…승무원 폭행당했는데 비행 강행한 사무장
by김형일 기자
2024.09.11 11:24:26
승무원 귀걸이 날아갈 정도로 폭행…승객 ''공포''
매니저, 승무원 압박 후 비행…거짓 보고서 작성
누리꾼 "11시간 동안 승객 안전 무시…징계하라"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이륙 전 기내 승무원이 승객에게 폭행당했는데도 비행을 강행한 아시아나항공 매니저(사무장)가 공분을 사고 있다. 매니저는 사건을 덮기 위해 거짓 보고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승무원 A씨는 지난 5일 출발 시간 밤 8시 40분 인천발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서 20대로 추정되는 외국인 남성 승객에게 폭행을 당했다. 비행기 이륙 전 화장실 이용을 제지하다가 주먹으로 뺨을 맞은 것이다.
당시 A씨는 귀걸이가 날아갈 정도로 세게 맞았으며 놀란 승객들은 소리를 질렀다. 이후에도 외국인 승객은 기내에서 소리를 질렀다. 또 A씨 뒤에 서 있거나, 노려보기도 했다. 해당 승객과 함께 비행기 1층에 탑승한 승객 280명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문제는 매니저의 태도였다. 폭행 사건이 발생한 만큼 램프리턴(항공기가 이륙 전 다시 터미널이나 주기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해야 했지만, 매니저는 “괜찮아? 갈 수 있겠어? 램프리턴 하고 싶어?”라고 압박했다. 강압에 못이긴 A씨는 “괜찮다”고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
제보자에 따르면 A씨는 막내급 승무원으로 11시간에 이르는 장거리 비행을 앞두고 램프리턴을 하는 것에 대해 굉장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매니저는 기장에게 “몸을 못 가눈 승객이 휘두른 팔에 승무원이 맞았지만, 해결했다”고 허위 보고했다.
매니저는 A씨의 담당구역도 바꿔주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비행 동안 자신을 폭행한 외국인 승객이 있는 구역에서 지속해서 서비스했으며 위협을 받았다. 도착지에서도 매니저는 현지 경찰에게 연락하지 않는 등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여기에 매니저는 회사에 낸 보고서에도 거짓 내용을 써넣었다. 매니저는 ‘장애인으로 추정되는 승객이 팔을 휘두르다가 승무원이 맞았다’고 기재했고, A씨가 “나를 노리고 휘두른 주먹에 맞은 것”이라고 반발하자 “일 커지잖아”라며 의견을 묵살했다.
이후 다른 승무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이들은 “승무원 폭행은 항공 보안법 위반”, “승무원을 때린 승객이 다른 승객을 폭행할 수 있는데도 비행을 강행했다”, “미국 같았으면 바로 구금”, “승무원이 맞아도 목적지로 가는 유일한 항공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분노했다.
논란이 일자 아시아나항공은 사건반장에 “피해 승무원을 비행 스케줄에서 제외하고 건강 상태를 확인 중이다”라며 “해당 매니저 역시 비행에서 제외했으며 엄격하게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11시간 동안 승객의 안전을 무시했다”, “철저히 조사해서 징계해야 한다”, “안전불감증이다. 하늘에서 큰 사고 나면 어쩌려고 저러냐?” 등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다른 항공사 승무원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술 냄새가 나는 승객을 항공 보안경찰을 불러서 쫓아낸 적 있다”며 “심지어 폭행한 사람을 실어 나른다? 승객들 안전은? 주위 승객들 얼마나 불편했겠냐”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