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속에 나온 조선 빅3 자구안…노조 설득이 최대 변수

by최선 기자
2016.05.23 14:19:14

빅3 노조·노동자협의회 “자구안 내용 설명해야”
사측 "단계적 대책..100% 실행하는 건 아니야"

경남 통영시에 있는 한 조선소 도크가 텅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선 기자]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6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자구안을 모두 제출함에 따라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전망이다. 하지만 각 회사 노동조합과 논의 없이 마련된 자구안이어서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노조를 설득하지 않고서는 자구안 이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0095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은 지난주까지 주채권은행에 인력감축, 자산 매각·처분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일부 미흡한 안에 대해서는 채권은행과 추가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형식적인 자구안 제출은 완료됐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속도가 더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 회사 노조는 거센 반발에 나섰다. 사측이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자구안을 마련해 채권은행에 제출하고 그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불만이 고조됐다.

임단협에 돌입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가 창사 이래 최초로 생산직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또한 비핵심 부문을 따로 떼내는 방안에 대해서도 노조와 상의한 적이 없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9일 열린 4차 단체교섭 자리에서 “비핵심부문 분사에 대한 사실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측은 “회사가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수는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무직의 과장급에 해당하는 기장급 이상 생산직 희망퇴직 대상자 긴급 간담회를 열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방안과 회사 방침에 대한 반대결의를 모을 계획이다. 24일에는 집단감원 대책 마련을 위한 시민공동대책위원회 출범 준비위원회를 만든다.

현대중공업은 KEB하나은행 측에 3000여명의 인력 감축을 감축하고, 비핵심부문인 건설장비, 전기전자시스템, 그린에너지 등 일부 사업부를 분사하는 내용의 자구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노조도 사측의 불통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현시한 대우조선 노조위원장은 이날 본인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특수선 분할매각 등이 포함된 자구계획을 일방적으로 채권단에 제출하고 노조에는 협조만 구한다면 그 즉시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경영진 주도의 일방적인 회사 정상화 방안에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은 지난주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에 방위사업 부문을 맡는 특수선사업부를 자회사로 전환해 상장시키는 방안과 인력감축, 도크폐쇄 등의 내용을 담은 자구안을 제출했다.

그동안 회사 정상화를 위해 힘을 합쳐온 노사의 결의에 금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해 산업은행 측에 임금동결과 쟁의활동 자제를 약속하는 동의서를 제출해 4조2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이끌어 내는 데 힘을 보탠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노동자협의회와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거제시 소재 선주사를 상대로 직접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고, 해외 LNG박람회에도 사측과 함께 참석해 공동 영업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자구안이 미흡한 것으로 알려져 인원감축 등 추가적인 자구계획이 더해질 경우 노동자협의회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노동자협의회는 고용보장을 조건으로 임금동결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사측에 전달한 상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구안은 각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될 수 있는 자구대책을 망라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자구안을 다 실행한다고 보긴 힘들다”며 “또한 주채권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조선사가 직접 자구안을 공개할 수 있는 입장이 못 된다. 노조를 배제하기 위해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