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모바일게임, 저작권법 아닌 부경법으로 잡아라

by게임메카 기자
2016.05.04 13:36:06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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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같이 떠오른 문제는 ‘표절’이다. 어디서 본듯한 게임이 한 달에도 몇 번씩 시장에 나온다 개중에는 ‘베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인 게임도 종종 있다. 개발사 입장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골칫거리로 떠오른다. 쉽게 생각하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하면 이길 것 같지만 막상 시작하면 이기기 쉽지 않다.

그러나 저작권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소위 ‘짝퉁 게임’이 버젓이 서비스되는 상황도 곱게 볼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소위 ‘카피캣’이라 부르는 이 게임들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단서가 지난 10월에 제시됐다. 국내 기업 아보카도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1차 승소를 만들어낸 영국 게임사 킹이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킹은 저작권법을 앞세워 이긴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킹의 승리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 변호사는 3일, 게임기자연구모임이 주최한 인터뷰에서 그 답을 제시했다. 킹이 아보카도를 이긴 비결에는 저작권법이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이하 부경볍)이 있다. 이 ‘부경법’은 남이 노력해서 만들어놓은 것을 모방해서 이것으로 수익을 내지 말라는 것이다. 즉, 남의 것을 무단으로 가져다가 이익을 취하거나 상대가 돈을 버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 '부경법' 세부 내용 (자료제공: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는 "킹의 경우 저작권과 함께 부경법을 걸었다. 부경법에는 3년 전 '차목'이 새로 생겼다. 이 '차목'에는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하지 말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킹의 사건 역시 '차목'이 큰 힘을 발휘했다"라고 말했다.

'부경법'의 가장 큰 특징은 권리를 주장하기도 쉽고, 범위도 매우 넓다는 것이다. 저작권의 경우 내가 그린 그림이나 음악, 영상을 그대로 갖다가 붙인 '데드카피'가 아니면 보호받기 매우 어렵다. 킹과 아보카도의 사례를 보자. 킹의 ‘팜히어로사가’와 아보카도의 ‘포레스트매니아’는 눈으로 보기에는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선 블록 모양을 보자. 킹의 게임은 물방울, 해, 식물 모양으로 블록이 디자인됐다. 그러나 아보카도의 게임은 블록이 동물 모양이다. 여기에 화면 상단에 이동횟수나 남은 시간을 표시해주는 글꼴과 글의 색깔, 그리고 화면 아래에 있는 5개 아이콘 모두 색과 모양이 다르다. 즉, 전체적으로 두 게임을 보면 비슷하지만 하나씩 떼서 보면 다른 부분이 많다.

실제로, 저작권 침해로 고소를 당한 쪽은 똑같자 않은 부분을 조각조각 잘라서 자료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저 캐릭터는 귀가 튀어나오지 않았는데 우리 캐릭터는 귀가 나와 있다’나 ‘저 캐릭터는 정면을 보는데 우리 캐릭터는 측면을 본다’나 ‘저 게임에는 아이콘에 붉은색을 썼는데, 우리 게임은 파란색을 썼다’ 등이다.



△ 원고는 똑같은 부분을, 피고는 똑같지 않은 부분을 찾아

내 주장이 옳음을 입장하는 것이 '저작권법' 소송의 핵심이다 (사진제공: 법무법인 민후)

김 변호사는 “소송을 당한 쪽은 저 게임을 표절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게임의 부분부분을 세밀하게 잘라서 비교한 이미지 수백 장을 증거로 제시한다”라며 “영상이나 이미지를 통째로 가져다가 그대로 넣어놓은 수준이 아니면 저작권법으로 보호받기란 매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S자로 스테이지를 배치하거나 블록을 3개 이상 맞춰서 없애는 ‘3매치 퍼즐’ 방식, 그리고 여러 블록을 배치하는 방법 등은 저작권법으로 보호하지 않는 아이디어다. 3매치 퍼즐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면 ‘퍼즐게임’을 만들 때 다른 방식을 짜내거나, 원 저작권자에게 계속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태양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미국 속담처럼 사람이 생각해낼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라는 게 있는데, 너무 넓게 저작권을 보호하면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만들 수 있는 게임 자체가 없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경법’의 경우 저작권 침해가 없어도 남의 것을 무단으로 모방해 이익을 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상대 게임이 저작권을 침해했음을 증명할 수 없어도, 저 게임이 나의 게임을 무단으로 모방해 내가 경제적인 피해를 입었음을 주장하면 이길 수 있다.

김 변호사는 "부경법의 경우 저작권 소송에 졌어도 다시 걸 수 있다"라며 "다른 사람이 만든 제품을 모방해 영리행위를 하지 말 것이 부경법의 핵심이기에 상대가 내 제품을 모방해서 나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을 분명히 입증하면 승소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며 최근 법원에서도 '부경법'을 인정해주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게임 역시 '부경볍'으로 거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킹의 1차 승소문에는 '피고(아보카도)가 게임을 출시한 행위가 저작권 침해 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곧바로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음'이라고 언급됐다. 다시 말해 저작권 침해는 아니지만 부경법 위반으로 승소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저작권법의 경우 완전한 카피가 아니면 보장받기 어렵다. 따라서 저작권으로 걸기 애매한 '카피캣' 게임의 경우 '모방을 통한 부정경쟁행위'로 걸 수 있다. 쉽게 말해 저작권은 '카피', 부경법은 '카피캣'에 대한 보호라 정리된다"라고 말했다.

△ 킹의 1차 승소문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도 부경법 위반은 인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제공: 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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