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산업 다윈식 경쟁"…메르세데스-벤츠 CEO 적자생존 위기감

by이소현 기자
2024.10.04 14:56:53

전기차 둔화·中 토종기업 저가 공세
"생존 기로…투자·혁신 통해 살아남아야"
EU, 中전기차 관세율 최고 45% 적용할듯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유럽연합(EU)이 4일(현지시간) 회원국 투표를 거쳐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 관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독일 대표 자동차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경영자(CEO)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다윈식 경쟁’에 처해 있다고 위기감을 언급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인근 진델핑겐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팩토리56에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AG CEO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CEO는 지난 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글로벌 대화 회의(Global Dialogue Conference)에서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혁신을 통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부문의 성장 둔화,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경쟁 심화,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 악화 탓에 충격을 입은 경쟁 환경 속에서 업체들이 ‘적자생존’ 위기에 처해있다는 얘기다.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유럽에선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느리게 증가하는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높은 중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중국 토종 브랜드의 저가 공세와 함께 중국에서도 비슷한 수요 감소에 국내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 강국인 독일의 대표 자동차 브랜드들도 힘을 못 쓰는 상황이다. 폭스바겐은 100억 유로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직원 수를 줄이기 위해 노조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월엔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수익 경고를 발표했다. BMW는 브레이크 시스템 문제와 중국에서의 수요 감소 탓에 올해 실적 전망을 8월에 하향 조정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전환이라는 야심에 찬 목표를 철회하고, 지난 7월에 자체 수익 경고를 발표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주가는 올 들어서 10% 이상 하락했다.

칼레니우스 CEO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뢰 위기를 막는 것”이라며 “메르세데스-벤츠에게도 중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살아남거나 사라져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 처해 있다”며 “긴장을 조절하고, 투자를 계속하고, 혁신을 계획해 다윈식 경쟁이 끝났을 때 살아남은 경쟁자 중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27개 회원국에 중국산 전기차 상계관세 부과 관련 최종안을 제출했으며, 회원국 투표를 거쳐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 관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통과될 전망이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반(反)보조금 조사 결과에 따라 과다 보조금을 받아 저가로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차에 11월부터 5년간 상계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마련했다. 관세율은 표준 수입 관세 10%에 7.8%(테슬라)~35.3%(SAIC)를 더해서 결정된다.

EU 27개 회원국 중에 찬성국은 EU 인구의 39%를 차지하는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폴란드가 될 전망이다. 독일은 지난 7월 관련 투표에서 기권한 바 있으며, 이번에도 무역 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들어 반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