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내지 못해 미안해" 인천 세일전자 희생자 합동영결식 '눈물바다'

by이종일 기자
2018.08.31 11:45:53

31일 희생자 9명 합동영결식 엄수
유족 오열 "잘 가거라 내 딸아, 아들아"
세일전자 직원, 시민 등 500여명 참석

31일 오전 10시 인천 남동구 수산동 남동다목적실내체육관에서 거행된 세일전자 화재 희생자 9명의 합동영결식 재단에 영정사진이 안치돼 있다.
사진=이종일 기자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여보, 당신 없이 어떻게 살아.”, “아들아 아들아….”

인천 남동구 논현동 세일전자 화재로 숨진 근로자 9명의 합동영결식이 31일 오전 10시 수산동 남동다목적실내체육관에서 엄수됐다.

이날 유족들은 오열했고, 고인에게 하고 싶었던 마지막 말을 힘겹게 전했다.

영결식은 고인의 위패를 재단 영정 사진 앞에 안치하는 영현봉송으로 시작됐다. 의장대는 체육관 뒤에서 고인의 위패를 1개씩 들고 앞쪽 재단으로 걸어와 재단에 위패를 올렸다. 유족들은 이 모습을 보면서 통곡했다.

영현봉송이 끝나자 유족과 세일전자 임직원, 시민, 인천시·남동구 공무원 등 참석자 500여명은 잠시 묵념을 하면서 희생자의 명복을 빌었다.

이강호 남동구청장은 조사를 통해 “오늘 고인들을 머나먼 곳으로 떠나보내야 한다”며 “희생자 9명 모두 평온하고 행복한 그곳에서 영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31일 오전 10시 인천 남동구 수산동 남동다목적실내체육관에서 거행된 세일전자 화재 희생자 9명의 합동영결식에서 한 직원이 재단에 위패를 안치하고 있다.
사진=이종일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고인들은 모두 훌륭한 어머니, 꽃다운 아내, 사랑스런 딸, 듬직한 아들이었다”면서 “이들은 멀쩡히 출근했다가 일터에서 재가 돼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했다면 그렇게 허망하게 생을 마치지 않았을 것이다. 살릴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조사를 낭독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대표는 “고인들은 두려움이 있었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동료를 구하려고 했다”며 “모두의 영면을 바란다. 나머지는 저희의 몫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억울함이 없는 나라,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 비정규직 차별이 없는 나라, 일터에서 비극과 참상이 되풀이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유가족은 조사를 낭독하며 “화재가 발생한 뒤 우리는 전쟁을 겪었다”며 “이번 사고는 우리 모두의 꿈과 추억을 앗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영결식이 끝나면 가족들은 사진을 찍으러 간다. 오늘은 희생된 이모 손자의 100일 상을 차리는 날이다. 이모를 데려가지 못해 미안하다. 딸들이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 멋진 엄마로 살아줘 감사하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세일전자 화재 희생자 유족들이 31일 인천 남동구 수산동 남동다목적실내체육관에서 거행된 합동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사진=이종일 기자
고(故) 민모씨(35) 아내는 “당신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라며 “가끔 와서 안아주고 가. 아이들 잘 키우고 손주도 잘 보고 얘기해줄게.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자. 사랑해”라며 남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고(故) 신모씨(24·여)의 어머니는 “엄마가 딸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예쁜 공주야, 엄마가 널 보내야 한단다. 잘 가거라 내 딸아”라며 오열했다.

유족들은 1시간 가량 영결식을 진행한 뒤 9명의 시신이 담긴 관을 인천 부평구 시립승화원으로 운구했다. 이곳에서 함께 화장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 오후 3시43분경 인천 남동구 논현동 세일전자 4층에서 불이 나 근로자 9명이 숨지고 6명(소방관 1명 포함)이 다쳤다.

사고 발생 후 유족들은 진상규명과 합동분향소 설치를 남동구 등에 요구하면서 장례 절차를 미뤘다가 지난 29일부터 개별 장례를 치르고, 이날 합동영결식을 거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