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미투 가해 의혹 74명 수사…단역배우 사망사건 재검토"

by김성훈 기자
2018.03.26 12:34:19

이철성 청장 "전국서 성폭력 74건 조사"
유명인 10명 포함해 15명 수사 선상
내사 26건…33건은 사실관계 확인 중
단역배우 성폭행 피해 사건 '법리 검토'

이철성 경찰청장이 이달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외부일정으로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경찰이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운동과 관련해 유명인 등 70여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 청사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날까지 알려진 ‘미투’ 폭로 사안과 관련해 유명인을 중심으로 74건을 살펴보고 있다”며 “이 가운데 15건은 수사이며 내사는 26건, 나머지 33건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수사 중인 15건 가운데 유명인은 10명이며 내사 26건 가운데 유명인은 15명 수준이다”며 “2차 피해를 고려해 유명인에 대한 신상을 밝히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3일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피의자의 지위와 피해자의 수, 추행의 정도와 방법, 기간 등에 비춰 범죄가 중대하기 때문에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감독은 ‘미투’ 폭로로 경찰 수사를 받은 이들 가운데 두 번째 구속 사례에 이름을 올렸다. 경찰은 앞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은 경남 김해지역 극단 대표 조증윤(50)씨를 구속한 바 있다.

이 청장은 이날 오전 단역배우 성폭행 사건 재수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선 것과 관련해 “법적으로 (재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청와대 청원) 20만명이 되기 전에 언론에 얘기가 나와 법리적 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단역배우 자매사건은 지난 2004년 드라마 보조출연자 관리인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단역배우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이에 단역 아르바이트를 소개했던 동생도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충격으로 자매의 아버지도 뇌출혈로 사망했다.

이달 3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청원인은 “여전히 가해자들과 부실 수사를 한 사람들은 잘산다”며 “반드시 진실을 밝혀달라”며 재수사를 요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