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인명사고 전무한 대한항공의 비결
by김보경 기자
2014.07.01 15:38:50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벨트풀어! 일어나! 나와! 짐 버려!”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건물 옆에 위치한 객실훈련원. 대형 항공기인 A380의 출입문 모형 앞에 앉은 객실승무원들이 명령어로 고함을 질렀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기내서비스를 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웃음기 없는 심각한 얼굴들이다.
1일 기자가 대한항공의 안전 훈련 시설을 보기 위해 공항동 본사를 찾았을 때 객실훈련원에서는 도어작동법 훈련이 한창이었다. 비행기의 출입문은 비상시에는 탈출은 위한 비상구가 된다. 탈출의 기본이 되는 만큼 객실승무원들은 이 훈련을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문용주 대한항공 객실훈련원 상무는 “비상 상황에서는 객실승무원들이 단호하고 정확하게 탈출방법을 전달하지 않으면 승객들이 우왕좌왕한다”며 “실제 상황처럼 심각하게 목소리를 최대한으로 높여서 명령어로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객실훈련원에서 승무원들이 항공기 비상상황을 대비한 탈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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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에서는 출입문을 연후 탈출하는 상황에 대한 훈련이 진행됐다. 비상구가 있는 비행기 모형을 두고 왼쪽으로는 육상 탈출, 오른쪽은 수상 탈출을 훈련할 수 있는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객실훈련원은 지하 2층, 지상 2층의 연 면적 7695㎡ 규모로 항공기가 강이나 바다에 비상 착수하는 상황을 대비한 25m×50m의 대형 수영장이 훈련시설에 구비돼 있다.
육상 탈출은 아파트 2층 정도의 높이에서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게 되고, 수상 탈출은 슬라이드가 곧 구명보트가 된다. 객실승무원들은 빠른 속도로 손을 앞으로 뻗은 채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 채로 거침없이 뛰어내렸다. 다른 방에서는 호흡보조장치를 쓰고 소화기를 작동하는 화재진압훈련이, 또 다른 방에서는 심폐소생술 훈련이 한창이었다.
객실훈련원은 대한항공 승무원이라면 누구나 정기적으로 일 년에 몇 차례씩 교육을 받기 위해 방문해야 하는 곳이다. 안전훈련 프로그램은 신입 객실승무원의 경우에는 약 1개월간 훈련을 받으며, 이후에는 연간 1회씩 모든 승무원을 대상으로 정기 안전 훈련이 진행된다.
본사 A동 8층에 위치한 ‘통제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먼저 눈에 띈 것은 통제센터의 한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 각 지역의 기상 데이터와 현재 운항하는 항공기의 자세한 정보를 나타내는 자료 화면이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통제센터는 전문가 140여 명이 24시간 근무하는 ‘잠들지 않는 지상의 조종실’로 불려진다. 항공기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운항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운항 관련 정보를 항공기에 실시간 제공해 승무원들이 안전운항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상기 종합통제부 상무는 “통제센터는 각 운항 편에 대한 허용 이륙중량, 항로, 고도, 탑재 연료량 등을 산출하게 되며 기장은 통제센터에서 제공한 비행계획에 따라 항공기를 운항하게 된다”며 “항공기가 당초 계획대로 운항되고 있는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비교하게 되며, 만약 연료·항로·고도·시간 등에서 차이가 발생할 경우 자동 경보가 발령되어 즉시 안전 운항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통제센터를 지나 도착한 곳은 축구장 2개(길이 180m, 폭 90m, 높이 25m) 크기의 초대형 격납고다. B747 2대와 A330 1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크기다. ‘ㄷ’자 건물의 중심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24시간 쉬지 않고 기체와 엔진, 각종 장비와 부품을 검사, 수리, 개조, 교환하는 등 항공기의 전반적인 상태에 대한 관리, 점검이 진행된다.
| 대한항공 본사에서 종합통제센터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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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본사 이외에도 인천공항 1개, 부산 대저동 테크센터 2개의 격납고를 갖고 있다. 경기 부천에는 항공기 엔진을 분해, 수리, 재조립하는 원동기 정비 공장도 운영 중이다. 정비 인력이 총 3400여 명에 이른다.
이러한 안전 시설들을 총괄 운영하는 곳이 안전보안실이다. 안전전략계획팀, 안전품질평가팀, 안전조사팀, 예방안전팀, 항공보안팀 등 총 5개팀으로 구성된 이곳에는 약 80여명의 인력이 근무 중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안전관련 분야에 약 1300억 원을 투자했다. 또한 안전관리 목표를 달성하면 전 직원에게 월 상여금의 100%를 보너스로 지급하고 있다. 약 480억 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작년에도 지급했고, 올해도 지급할 계획이다.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대한항공은 괌 추락 사고 등 90년대 대형 사고 발생 이후 안전을 최우선으로 시스템에 투자하고 직원들의 의식구조를 바꾸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며 “이후 15년간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