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사이트] '확증편향'을 경계하라

by조철현 기자
2019.03.07 10:54:55

주택시장 변곡기 맞아 '확증편향' 현상 심화
집값 하락 및 상승론자, 각자 유리한 쪽만 바라봐
부동산시장에서 경계 1호.."균형적인 시각 필요"

서울 송파구(사진 아래)와 강남구(위쪽)일대에 아파트 단지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데일리 조철현 부동산전문기자] ‘확증 편향(confirmatory bias)’.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인간의 심리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찾아 받아들이는 경향을 말한다. 이른바 ‘정보의 편식’이다. 믿고 싶은 정보만 믿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인간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자기 입맛에 맞게 필터링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유용한 정보를 놓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일쑤다.

확증 편향 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집을 가진 사람은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고, 반대로 집이 없는 사람은 집값이 떨어지기를 원한다.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집값 향방 인식을 이처럼 칼로 두부 자르듯 딱 떨어지게 나눌 수는 없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다. 더욱이 요즘같은 주택시장 전환기에 확증 편향 현상이 심해진다.

집값 하락론자들은 ‘인구가 줄고 있다’, ‘주택 공급이 너무 많다’, ‘정부 규제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다’, ‘금리는 계속 오를 것이다’ 등등의 근거를 내세우며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굳게 믿는다. 그러면서 집 사는 것을 마냥 미룬다.

반면 집값 상승론자들은 ‘인구는 아직도 늘고 있다’, ‘서울 등 특정 지역에선 주택이 여전히 부족하다’, ‘나올만한 규제책은 다 나왔다’, ‘시중에 유동자금이 너무 많다’, ‘추가 금리 인상은 쉽지 않다’라며 집값 상승을 점친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조정장이 매수 적기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같은 사안을 두고도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시각의 차이가 확 달라지는데, 이는 인간이 갖는 확증 편향성 때문이라는 게 심리학자들의 설명이다.

세상 모든 시장이 그렇듯 부동산시장도 복잡다단하다. 주택만 해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얽히고설켜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 그 변수들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처한 입장에서 유리한 쪽만 바라보고 또 해석하려고 한다. 불리한 쪽은 아예 무시해 버리거나 폄하하려고 애쓴다. 미리 결론을 내놓고 이에 필요한 팩트만 동원해서 갖다붙이는 식이다. 나아가 특정 정보를 자기에 유리한 쪽으로 왜곡 해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확증 편향은 내집 마련 및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성향이다. 경계 대상 1호다.

확증 편향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신의 믿음에 대한 다른 사람의 반대 입장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보고 싶은 것만을 봐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주택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전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부동산 지식을 차근차근 쌓아가면서 특정 시각에 편향되지만 않는다면 시장의 정확한 흐름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균형적인 시각 갖기의 미덕이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끔은 한발짝 떨어져서 시장을 바라보는 ‘거리 두기’ 자세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