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지하철 초고속 무료 와이파이 사실상 백지화

by박철근 기자
2017.04.19 11:02:57

서울시 전 노선에 초고속 공공 와이파이 구축사업 추진
사업자 평가 과정서 마감 연장, 평가기준 위반 등 잡음
우선사업자 선정 탈락업체 민원에 감사위 "재평가 하라"
서울시·도철 재평가 대신 잡음 피하려 입찰 취소 강수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서울시가 1년 넘게 추진해온 서울 지하철 초고속 무료 와이파이 사업이 좌초 위기다. 입찰 및 심사과정에서 특혜시비가 불거져 논란이 지속되자 서울시는 아예 사업 입찰을 취소하고 사업 추진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 하기로 했다. 특히 서울시는 LG유플러스(032640) 등 민간 통신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지하철내 초고속 무료 와이파이를 확충하기로 한 만큼 사업을 계속 추진할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비가 1500억원대에 달하는 대형 사업임에도 불구, 졸속행정으로 인해 1년 넘게 사업준비에 매달려온 입찰 사업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도철)에 따르면 도철은 최근 지난해 9월 발주한 ‘서울 지하철 통신 서비스 수준 향상 사업’(이하 서울 지하철 와이파이사업) 입찰을 취소한다고 입찰에 참가한 A사와 B사에 최근 통보했다.

도철 관계자는 “무료 와이파이 구축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속적으로 민원이 발생했고 상급기관이 추진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며 “사업조건과 명확한 평가기준을 재검토하기 위해 이번 입찰을 취소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지하철 내에서 끊김 없는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4호선과 8호선에 초고속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한 뒤 10월부터 전 노선에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는 이후 지난해 6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입찰을 실시했지만 이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밀어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한 B사는 A사의 제안요청서 제출관련 마감 연장, 평가위원들 심사절차의 문제점 등을 이유로 시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를 진행한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와이파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

감사위원회는 제안서평가 과정에서 무선통신속도에 따라 정량평가를 통해 점수를 매겨야 하지만 평가위원 중 일부가 주관적 판단에 따라 평가한 사실을 적발했다. 평가기준에 따라 평가를 했을 경우 우선협상대상자가 바뀔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었다.



감사위원회는 도철에 ‘제안기술 성능의 우수성’ 항목에 대해 배점 기준과 등급에 맞춰 재평가를 실시하라고 시정요구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지하철 초고속 와이파이 구축 사업이 입찰 및 사업자 선정과정의 논란으로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사진은 LG유플러스가 LTE 기반의 와이파이 서비스를 개시한 모습. (사진= 이데일리DB)
서울시와 도철은 시 감사위원회가 재평가 실시를 요구했지만 아예 입찰 자체를 취소하는 강수를 뒀다. 재평가를 실시해도 탈락한 업체 쪽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게 불보듯 하다는 이유에서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재평가를 실시할 경우 입찰 대상자인 양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가처분 신청 등이 예상돼 사업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LG유플러스가 서울지하철에 초고속 와이파이 인프라 구축에 나서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상실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윤 본부장은 “최근 LG유플러스가 LTE를 기반으로 한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키로 하고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도 이를 검토하는 있다”며 “지하철 초고속 와이파이 구축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도철이 졸속행정 끝에 아예 입찰을 취소하자 1년 넘게 사업준비에 매달려온 입찰참여 사업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입찰에 참여한 회사의 한 관계자는 “입찰 제안서 제작에만 수천만원이 들어갔다”며 “시 감사위원회가 재평가를 요구했는데도 도철이 일방적으로 입찰을 취소했다”며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 지하철 와이파이 구축사업에 진출할 기회도 날릴 처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