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숲 병충해 방제` 남북 당국간 실무접촉 제안

by이진철 기자
2012.02.08 17:48:46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 일대 소나무숲에 대한 병충해 방제 작업을 위해 남북 당국간 실무접촉을 제안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8일 "산림청 명의로 지난 7일 판문점 적십자채널을 통해 북측 국토환경보호성에 병충해 방제 지원 문제를 협의할 실무접촉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같은 제안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보내려고 하고 있지만 이날 현재까지 북측이 통지문을 받지는 않고 있으며, 북측도 내부적으로 통지문을 받을 지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전했다.

정부는 북측이 실무협의에 응하면 병충해 피해상황 등을 검토한 후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방제약이나 방제장비를 지원할 지, 북측에 가서 직접 방제작업에 나설지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은 지난 2004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며, 당시 남측에서도 등재를 위한 지원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고구려 고분군은 ▲동명왕릉 포함 진파리 고분군 15기 ▲호남리 사신총·토포리 주변 고분 34기 ▲덕화리 고분군 3기 ▲강서삼묘 3기 ▲기타 독립고분 8기 등 총 5개 지역 63기의 고분으로 구성돼 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등 남측 민간단체에 산림 병충해가 심각하다면서 방제 약제 지원을 요청해왔다. 최근 류유익 통일부장관은 강연에서 "동명왕릉 주변 나무가 병충해로 어려움이 있다는 소식이 있다"면서 "왕릉 주변 병충해 방지 지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부가 이번에 제안한 실무협의가 성사되면 지난해 2월 판문점에서 열린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협의하기 위한 남북 군사실무회담 이후 첫 남북 당국간 회담이 된다. 또한 5·24조치 이후 정부 차원의 첫 대북 직접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민족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국토환경 보전을 위해 남북 당국간 협력이 중요해 실무접촉을 제안한 것"이라며 "비정치적 분야에서 실용적인 아젠다에 대해 남북간 논의할 수 있다는 진정성을 북측에 전달하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