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암검진, 암 조기 발견으로 장기 생존율 끌어올려

by안치영 기자
2024.12.26 14:31:00

■보건복지부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 발표
국한 단계서 발견 비율, 크게 증가…용종 제거 등으로 암 발생도 낮춰
폐암·대장암 검사 추가…난소암·췌장암·담도암 등 신규 암종 추가 고려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국가암검진이 암 발생률을 낮추고 조기에 암을 발견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환자의 장기 생존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원동력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26일 발표한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 진단 시 요약병기 중 국한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2년 50.9%로 요약병기가 수집되기 시작한 2005년에 비해 5.3%포인트 증가했다. 요약병기란 암이 처음 생긴 부위(원발부위)로부터 얼마나 멀리 퍼져 있는지를 범주화한 기본 분류 방법으로, 이중 국한은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암은 대부분 첫 발생한 장기에서 점차 주위 장기, 인접 조직, 또는 림프절을 침범한다. 이를 국소진행이라 하며 이후 암이 발생한 장기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에까지 전이되는 원격전이까지 진행된다. 국한의 비율이 높을 수록 비교적 초기에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특히 일부 국가암검진사업 대상 암종의 조기진단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6대암(위암, 대장암, 간암, 폐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의 요약병기 중 국한 비율은 10년간 위암 18.1%포인트, 유방암 9.9%포인트, 폐암 8.0%포인트 증가해 조기진단 사례가 늘어났다.

(자료=국립암센터)
국가암검진은 암 조기발견뿐만 아니라 암 발생을 막는데도 효과적이다. 국가암검진 대상 암종 중 위암, 간암, 자궁경부암의 발생률은 최근 10년간 감소추세다. 이에 대해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위암과 대장암은 용종 제거 등 검진에서 발견되는 암 발생 요인을 미리 제거하기 때문에 암 발생률도 10년간 꾸준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국소 부위서 발견된 암은 상대적으로 치료 예후가 좋아 생존율이 올라간다. 국한 병기에서 진단된 암환자는 92.1%의 높은 생존율을 보인 반면, 원격전이에서 진단된 환자의 생존율은 27.1%로 나타났다. 다만 국한 병기에서 진단된 경우에도 암종별로 생존율이 달랐다. 갑상선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전립선암, 신장암은 94% 이상의 높은 생존율을 보인 반면, 폐암(79.8%), 간암(62.3%), 췌장암(46.6%)은 상대적으로 생존율이 낮았다.

특히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폐암(남성 암발생 1위)과 전립선암(남성 암발생 2위)은 국소 단계에서의 빠른 발견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암 진단 후 경과 기간별 암유병자 수를 추산한 결과 폐암과 전립선암 모두 해가 갈수록 유병자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장기 생존율이 낮다는 의미다.

2022년 폐암은 3만 2313명, 전립선암은 2만 754명이 발생했는데 10년 경과 후 생존자가 폐암은 4162명, 전립선암은 6090명이었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주로 고령에서 진단되는 폐암, 전립선암은 암 진단 이후 유병자 수가 빠르게 감소했고 생존율이 낮은 폐암은 감소 폭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국가암검진 효과를 확인한 정부는 국가암검진 사업의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대장암 분변잠혈검사 대신 내시경 검사와 폐암 고위험군 대상 저선량 CT검사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난소암 △췌장암 △담도암의 경우 조기발견률이 40% 이하인 점을 고려, 조기발견 방안을 계속 도모해 나갈 방침이다.

정통령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암 진단 시 국한 병기에서 진단된 암환자의 증가는 조기검진의 큰 성과”라고 전하면서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암 발생자 수 및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암종이 증가하고 있어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인 암 관리 정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