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내가 할 일은 음악 모르는 이들 직접 찾아가는 것"

by장병호 기자
2022.11.28 13:57:01

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 발매 기자간담회
지난달 광주시향 협연한 공연 실황 담아
내달 10일 콩쿠르 우승 기념 리사이틀
"아무 조건 없이 보육원 등 찾아가 연주하고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만약 신이 있어서 저에게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면, 제가 할 일은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을 (공연장으로) 부르는 게 아니라 제가 그분들에게 가는 것입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생각하는 음악가로서의 업적은 세계적인 콩쿠르 1위도, 유명한 작곡가의 전곡을 녹음하는 일도 아니었다. 음악을 모르는 이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을 위해 연주하는 일이다. 앞서 임윤찬은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을 차지한 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콩쿠르 우승은 그렇게 큰 업적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임윤찬은 “음악가로서 대단한 업적이 무엇인지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예전부터 티켓값으로 후원하는 것이 이해가 잘 안 됐다”며 “아무 조건 없이 보육원이나 호스피스를 찾아가 연주하는 것, 사회에 나와서 절대 음악회를 볼 수 없는 이들을 직접 찾아가는 것이 ‘대단한 업적’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음악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경험의 중요함을 임윤찬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임윤찬은 “음악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은 음악을 모르는 이들에게 또 다른 우주를 열어주는 과정”이라며 “이런저런 이유로 음악회에 오지 못하는 분들, 혹은 앞으로 시간이 남지 않은 분들에게 제 연주로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이는 돈 이상의 가치를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윤찬은 “이는 (피아니스트) 손민수 선생님 밑에서 배운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며 “저 역시 대단한 업적을 이룬 연주자들처럼 할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간담회는 임윤찬의 콩쿠르 우승 이후 첫 앨범인 ‘베토벤, 윤이상, 바버’ 발매와 함께 다음달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하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기념 리사이틀을 앞두고 마련됐다.



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는 광주시립교향악단(광주시향)과 임윤찬이 함께 한 지난달 8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공연 실황을 담은 앨범이다.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이날 발매됐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윤이상 ‘광주여 영원히’,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등을 수록했다. 광주시향이 윤이상이 5·18민주화운동을 기리며 작곡한 ‘광주여 영원히’ 전곡을 정식 앨범으로 녹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석원 광주시향 상임지휘자는 “(콩쿠르 이전에도) 임윤찬이 피아노를 잘 치는 대단한 연주자라고 소문이 돌았고, 지난해 송년음악회에서 협연을 해보니 ‘너무 잘 친다’는 생각이 들어 녹음을 제안했다”며 “지난해엔 10대 청년의 질풍노도와 같은 에너지와 파워를 느꼈는데, 이번엔 색깔이 완전히 바뀐데다 변한 색깔도 설득력이 있어 정말 천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윤찬은 “광주는 예전부터 ‘예향의 도시’라고 들었기 때문에 광주시향의 음악이 정말 궁금했다”며 “세상에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정말 많지만, 광주시향처럼 단원들과 지휘자가 엄청난 ‘스피릿’(정신력)으로 연주하는 걸 본 적 없었다”고 평했다.

다음달 여는 솔로 리사이틀에선 기존 콩쿠르 우승 기념공연과 달리 콩쿠르 연주곡을 연주하지 않는다. 대신 임윤찬이 평소 좋아했고 ‘숨겨진 보석’이라 생각하는 올랜도 기번스, 바흐, 리스트 등의 곡을 연주한다. 임윤찬은 “콩쿠르 연주곡들도 다 좋아하지만, 콩쿠르 때 너무 힘들게 쳐서 다시 연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임윤찬은 지난달 26일 글로벌 클래식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사 IMG 아티스츠(IMG Artists)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스승인 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가 내년 가을부터 미국의 세계적인 음악대학 뉴잉글랜드음악원(NEC) 교수진으로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임윤찬의 유학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임윤찬은 “지금 섣불리 이야기해버리면 약속을 못 지키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 아직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오른쪽)과 광주시립교향악단의 홍석원 상임지휘자가 28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