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가빌딩 73곳 16년간 1.3조 세금 특혜"
by정병묵 기자
2020.09.07 11:29:55
경실련, 실거래가 1천억 이상 빌딩 분석
공시지가 시세반영율 40%에 불과
국토부 시세반영율 67%와 큰 차이
"시세반영률 2배로 높여야"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서울 내 시세 1000억원 이상 고가 빌딩 70여곳이 지난 16년 간 1조원이 넘는 ‘세금 특혜’를 누려 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산정하는 ‘공시지가’가 실제 시세와 달리 터무니 없이 낮게 책정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7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1000억원 이상 빌딩이 총 73건이었으며 거래가격은 총 21조6354억원(건당 2970억)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73곳의 공시가격(땅값+건물값)은 10조원으로 실거래가 대비 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지가는 시세의 40%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평균 65.5%이고, 상업·업무용 토지의 시세반영률이 2019년에는 66.5%, 2020년에는 67%라고 발표했지만 두 기관 간 조사 결과가 크게 차이나는 셈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정부는 상업용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70% 올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 같은 ‘깜깜이’ 공시지가 조사 발표는 어느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며 “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50% 넘게 상승했고 땅값도 폭등했는데 매년 발표되는 공시지가는 폭등하는 땅값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낮은 공시지가로 대기업 등 건물주는 세금 특혜를 누려왔다고 단체는 주장했다. 보유세 부과 기준은 땅값(공시지가)과 건물값(시가표준액)을 합친 공시가격인데, 재벌 대기업이 소유한 빌딩의 공시가격(땅+건물) 현실화율은 경실련 조사 결과 47%로 나타났다.
실제 올해 거래 빌딩 중 시세반영률이 가장 낮은 빌딩은 영등포구 소재 영시티다. 이 빌딩의 거래금액은 5458억원으로 건물 시가표준액(1227억원)을 제외한 토지시세는 4231억원이다. 하지만 공시지가는 752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은 18%에 그쳤다.
작년 가장 비싸게 거래된 중구 서울스퀘어 빌딩의 거래금액은 9883억원이지만 공시가격은 4203억원(공시지가 3545억원, 건물 시가표준액 658억원)으로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42.5%다. 거래금액에서 건물 시가표준액을 제외한 토지시세(㎥당 1억3188만원)와 공시지가(㎥당 3965만원)를 비교한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38.4%에 불과하다.
경실련 측은 “이 건물의 경우 보유세 토지시세 기준 보유세액은 64억원이지만 공시지가 기준 보유세액은 24억원이며 약 40억원의 세금특혜가 예상된다”면서 “2005년 공시가격 도입 이후 16년간 73개 빌딩 전체의 누적된 세금 특혜만 1조3000억원(빌딩당 180억원)”이라고 추정했다.
이 단체는 현 40%대에 불과한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당장 80% 수준으로 2배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공시가격 결정 과정에 참여한 관료와 감정평가업자를 처벌해야 하며 내년에라도 당장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2배로 올려 아파트 보유자와의 세금차별을 중단해야 한다”며 “또한 더 이상 중앙정부가 공시지가를 독점 결정하지 못하도록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결정 권한을 광역단체장으로 이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