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장근로 요건완화에 양대노총 소송전…"52시간제 무력화" 반발

by김소연 기자
2020.02.04 11:35:55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취소소송·집행정지 청구
지난해 특별연장근로 신청 950건 이상 폭증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 무력화 권장" 비판

지난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양대노총이 정부의 특별연장근로 요건 완화에 행정소송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미 제도로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기준을 완화해 주 52시간제를 비롯한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4일 양대노총에 따르면 이들은 정책·법률 담당자 긴급 대책회의를 통해 오는 19일께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청구’ 등을 통해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일 예정이다.

양대노총은 대국민 소송인단을 공개모집하고 있다. 또 특별연장인가제도 남용 기업에 대한 불법 연장고용 고발센터를 설치해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연장근로는 재난이나 사회적재난에 준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고용부 장관의 인가절차를 거쳐 1주일에 12시간 이상의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제도다. 주 52시간을 넘는 근로가 가능하다.

2018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특별연장근로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17년 특별연장근로 신청 건수는 22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967건으로 4000% 이상 폭증했다. 정부가 기업의 특별연장근로 신청을 승인한 건수 역시 15건(2017년)에서 910건(2019년)으로 급증했다.

고용노동부 제공
여기에 더해 정부가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9조를 개정해 특별연장근로 허용 범위를 확대·시행하자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준에 △재해·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수습, 예방(1호 사유) △인명 보호, 안전 확보(2호 사유) △시설·설비 고장 등 돌발상황 발생 수습 (3호 사유)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 폭증, 단기간 내 미처리 시 사업에 중대한 지장·손해 발생(4호 사유) △고용부장관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연구개발(5호 사유)의 경우로 확대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미 시행규칙을 개정하지 않아도 충분히 사업장에서 특별연장근로를 통해 주52시간을 넘는 노동을 하는 곳이 많았다”며 “정부가 특별연장근로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까지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무력화하는 제도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특별연장근로 제도는 300인 이상 사업장인 대기업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에 노동계는 이미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사업장에서도 적정인력을 고용하지 않는 꼼수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번 개정 시행규칙 시행은 제도의 본래 취지를 벗어난 명백한 정부의 재량권 남용행위”라고 반발했다.

최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 방역 기관에 마스크를 제조해 공급하는 업체의 ‘특별연장근로’ 신청을 인가한 바 있다. 이에 노동계가 마스크 제조업체의 특별연장근로까지 막아서도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국민 생명을 위협해 사회적 재난에 준하는 사업장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것까지 반대하지 않는다”며 “특별연장근로 기준을 완화해 무분별한 연장근로가 벌어지는 것에 대한 지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이같은 보도가 노조혐오 기사라며 성토 논평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