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초고층 아파트 몸값..서울은 '금값', 지방은 '똥값'

by김기덕 기자
2017.04.19 11:01:53

서울 아이파크삼성 3.3㎡당 4841만원… 삼성동 평균 40%↑
래미안 첼리투스 시세 27억… 주변 단지 보다 1.5배 높아
대구 수성SK리버스뷰 1년새 아파트값 1000만원 하락
고액자산가 비중·주변 상권 등 영향 "입지 등 여건 따져야"

△래미안 첼리투스 전경. [삼성물산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1. 서울 용산구 한강대교에서 동작대교 방면으로 한강변 강변북로를 따라 차량을 이동하다 보면 왼편에 초고형 랜드마크 단지가 우뚝 솟아 있다. 지난 2015년 7월 입주한 ‘레미안 첼리투스’다. 최고 층수가 56층(202m)인 이 단지는 3.3㎡당 시세가 4792만원으로 강북 지역에서 비싸기로 소문난 용산구 이촌동 평균 아파트값(2805만원) 보다 2배 가까이 높다.

2. 대전시 대덕구 석봉동에서 지난 2012년 입주를 시작한 ‘금강엑슬루타워’는 최고 50층 높이로 세워진 대전 지역 최고의 마천루 아파트다. 대전 지역 랜드마크 단지로 분양 전 부터 큰 관심을 모았지만 아파트값 상승률은 신통찮다. 올 4월 현재 금강엑슬루타워 시세(전용면적 84㎡)은 2억5000만원으로 1년새 500만원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단지가 속한 석봉동 평균 아파트값(3.3㎡)은 1% 올랐다.

전국 지역별로 초고층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서울 도심 지역 마천루 아파트들은 대체로 최신식 건축기술 적용으로 화려한 외관을 갖춘데다 교통망이 발달한 곳에 들어서 ‘유동인구 증가→ 상권 활성화→ 집값 상승’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내면서 지역 내 랜드마크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지방의 경우 전반적으로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 부담이 높은 빅타워 아파트에 대한 수요층이 많지 않다. 수요가 많지 않다 보니 환금성도 떨어져 입주 이후 집값 상승률이 주변 아파트 보다 저조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시세차익을 노리고 고층 아파트에 대한 무리한 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주변 입지가 뛰어나고 장기적으로 개발 호재가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높으면 오른다”… 도심 집값은 ‘쑥쑥’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상 최고 46층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삼성’의 3.3㎡당 평균 시세는 4841만원으로 국내 아파트 중 가장 높다. 이어 강남구 청담동에서 가장 높은 청담자이(최고 35층)는 평균 4730만원,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최고 45층)는 평균 4495만원으로 지역 내 초고층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잡고 있다.

아이파크삼성 아파트값은 삼성동 평균 아파트값(3.3㎡당 3465만원) 보다 40% 가까이 높다. 이 단지 전용 145㎡의 경우 이달 현재 최고 35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2억 가량 올랐다. 인근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삼성동 옛 한전부지에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조성,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 등의 호재가 들리면서 최근 부쩍 수요 문의가 많아지고 있지만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난해에 비해서는 집값이 5억~6억원 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강북 도심 지역 역시 집값이 치솟고 있다. 지난 2009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당시 한강변 인근에 35층 이상으로 재건축 허가를 받은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 전용면적 124㎡형은 이달 현재 시세가 최고 27억원에 형성돼 있다. 이 단지와 불과 100m 떨어져 있는 삼성리버스위트(최고 18층) 전용 134㎡형(최고 15억2500만원)보다 1.5배 이상 높다. 다음달 입주 예정인 서울숲 트리마제 전용 84㎡짜리 분양권 시세는 16억~17억원 선으로 분양가(13억5600만~14억4600만원)보다 2억원 가량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상태다.

◇지방은 주변보다 낮아… 입지 등 여건 따져야

서울 도심과는 달리 지방에서는 최고층 아파트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 단지 몸값을 훌쩍 뛰어 넘는 분양가가 부담이 되고 주변 상권 역시 활성화 돼 있지 않아 수요자들의 외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 동구 학동3구역을 재개발해 올 1월부터 이사를 시작한 ‘무등산아이파크’는 최고 35층으로 1410가구 규모로 지어졌다. 지하철 남광주역과 접한 초역세권이다. 이 단지 84㎡는 이달 현재 3억55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2014년 5월 분양 이후 약 3년간 별다른 가격 변동이 없다가 최근 1년새 입주를 앞두고 아파트값이 25%가량 올랐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2억6900만~7500만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무등산아이파크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인 ‘학동 아남’ 아파트(최고층수 20층) 시세는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33%나 올랐다. 인근 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무등산이파크는 3월 말까지 입주 마감 기간인데 잔금을 내 놓지 못하는 주민들이 전세로 물량을 내 놓으며 매매거래는 뚝 끊킨 상황”이라며 “새 아파트 치고는 수요가 이렇게 없기도 힘들다”며 혀를 내둘렀다.

대구 지역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인 수성구 두산동 ‘수성SK리버스뷰’(최고층 56층)는 전용 111㎡의 시세는 6억9000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오히려 1000만원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대구 수성구 상동에 있는 ‘수성동일하이빌레이크시티’(최고층 15층) 전용 118㎡은 6억2700만원으로 1년 전(6억700만원) 보다 3.3%가 올랐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지방의 경우 고액자산가 수요 자체가 많지 않고, 지역 아파트 상승률이 높지가 않아 전체 자산 대비 부동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굳이 초고층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입지가 뛰어나고 주변 상권도 잘 형성돼 있다면 저층 단지의 투자 성과가 훨씬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동 두산동 ‘수성SK리버스뷰’ 아파트 전경 [SK건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