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실사 그 후]①분식 논란 `실사조정액 3.1조` 어디로 갔나?

by김도년 기자
2016.08.10 13:02:04

삼정KPMG 실사보고서, 2015년 하반기 이후 추정 손실액으로 반영
"실사는 과거 분식 바로 잡는 감사와 달라…미래 손실액 추산이 목적"
3.1조, 분식회계 수사·감리 진행 중인 금액과 미래 손실액 뒤섞여 있어

대우조선해양의 실사보고서 초안(Draft)이 이데일리(8월4일)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8월9일)에 의해 공개되면서 국회 차원의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개최하려는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회와 구조조정 당국간 양방향 소통 부족 등으로 억측과 오해도 난무하고 있다. 이데일리는 제기된 논란을 정리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전일(9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하반기 삼정KPMG의 대우조선 실사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실사조정액 3조1007억원’을 근거로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했다. 이 금액이 2015년 상반기 추가 부실로 반영돼야 할 잠재부실임에도 대우조선은 이를 반영하지 않아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삼정KPMG는 스스로 작성한 실사보고서의 추정 손익계산서에도 실사조정액 3조1000억원을 2015년 상반기 손실로 반영하지는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이를 2015년 상반기 추가 부실로 보기는 힘든 점이 있다. 그렇다면 삼정KPMG가 회사가 제시한 재무제표를 검토해 추가로 늘어날 손실규모인 실사조정액 3조1000억원은 어디에 반영됐을까?

대우조선 실사보고서의 ‘추정 손익계산서’를 보면 재무지표를 기록한 회계연도를 ‘2015_1H A’라고 기록한 뒤 그 이후부터는 2015_2H F, 2016 F, 2017 F, 2018 F, 2019 F로 기록돼 있다. 날짜 옆에 붙은 A는 영어단어 `actual`의 약자로 검토기준일 현재 수치를 의미하고 F는 `forecast`로 미래 실적 추정치를 의미한다. 대우조선 정밀실사 용역은 구조조정에 참고하기 위한 부실규모 파악과 이를 근거로 한 구조조정 방안 수립을 목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실사가 진행되기 전인 2015년 상반기 추정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 등 각종 재무제표에는 실사 결과 도출되는 실사조정액을 반영하지 않고 그 이후부터 반영했다. 과거 분식회계를 바로 잡기 위한 회계감사를 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삼정KPMG는 실사결과 회사측이 제시한 재무제표보다 더 늘어날 실사조정액 3조1000억원은 영업손실과 영업외손실로 털어낼 손실액 3조5000억원과 토지 재평가를 통해 증가할 자기자본 4000억원이 포함돼 있다. 손실액 3조5000억원 중 2조 3000억원은 2015년 하반기 영업손실에, 나머지 1조 2000억원 가량은 2015년 하반기 영업외비용에 반영했고 나머지 300억원 가량은 2016년 이후 실적에 반영하고 있다. 토지 재평가로 늘어나는 자기자본은 2015년 하반기 재무상태표 상의 기타자본에 반영돼 있다. 이렇게 손실을 털어낸 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과 더하면서 실사보고서상의 ‘추정 손익계산서’와 ‘추정 재무상태표’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삼정KPMG 실사보고서를 보면 2015년 하반기 2조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반영해 2015년 한 해 동안 손실을 5조3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안진회계법인의 회계감사를 받고 올 3월에 공시된 대우조선의 2015 사업보고서상 재무제표에는 2015년 한 해 영업손실이 3조764억원으로 나와 있다. 삼정의 실사 결과와 안진의 감사 결과가 2조2000억원 가량 차이가 난다. 한 해 동안 손실규모가 회계법인에 따라 이렇게 많이 차이가 난다니, 이 돈은 어디로 갔을까?

안진은 2조원대 추가 부실을 대우조선이 과거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를 수정해 반영토록 했다. 실사를 통해서는 얻지 못하는 새로운 공사원가율 관련 정보를 회계감사를 통해 발견하면서 대우조선에 실적 수정을 권고한 것. 이는 중대한 오류에 따른 실적 수정으로 넓은 범주에서 분식회계라고 볼 수 있지만 현행 법률로 제재대상이 되는 분식회계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현재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 감리가 진행 중에 있다. 나머지 1조원 안팎의 실사조정액은 회계감사를 거친 이후 2015년 상반기에 반영해야 했거나 하반기 이후 반영될 수 있는 영업손실액으로 볼 수 있다. 대우조선이 2015년 상반기에 반영해야 할 손실액이 일부 있었는데도 고의로 반영하지 않았다면 그만큼은 분식회계에 해당할 수 있다.

심 의원이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한 3조1000억원 안에는 이미 검찰 수사나 금감원 감리 중인 계약과 2015년 상·하반기에 반영했어야 할 계약, 앞으로 손실로 반영할 계약이 뒤섞여 있다. 다만 3조1000억원 대부분을 2015년 상반기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분식회계가 일어났다는 심 의원측 주장은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다. 수 조원 단위가 아니더라도 실사조정액 3조1000억원 중 일부가 2015년 상반기에 반영됐어야 했다면 이는 분식회계에 해당할 수 있다. 검찰은 현 경영진이 관리종목을 회피하기 위해 12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금액이 실사조정액의 일부일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