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제 20년 먼저 도입했죠”…외환위기도 극복한 소파 여장부
by김영환 기자
2024.10.17 12:00:00
박경분 자코모 대표이사 부회장 인터뷰
품질·인재경영으로 100년 기업 목표
올해부터 일본 본격 진출…“해외 매출 비중 높일 것”
[남양주=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서울지하철 4호선 끝자락 ‘오남역’은 사실상 ‘자코모역’이다. 3번 출구를 나서자마자 국내 소파 1위 기업 자코모 전시장과 본사 건물이 위용을 드러냈다. 1986년 설립한 전신기업 재경가구산업에서부터 ‘소파 여장부’ 박경분 대표(부회장)가 직접 키워온 자코모의 현재가 이곳에 있었다.
무역회사를 다니며 막연히 ‘사업’에 대한 꿈을 키워온 박 부회장은 짬을 내 동대문 시장에서 의류를 떼다가 주변에 팔아 완판시키는 등 나름 수완을 보였다. 교사였던 남편을 소파 공장에 취직시키면서 훗날을 기약하기도 했다. 1986년 창업한 ‘재경가구’는 남편이름에서 ‘재’ 본인의 이름에서 ‘경’을 떼 만든 회사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연이어 열리면서 아파트가 막 늘어나는데 좌식문화에서 입식문화로 바뀌더라고요. 그래서 재경가구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15일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자코모 본사에서 만난 박 부회장은 자코모의 시작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 가구회사의 납품업체였던 재경가구는 외환위기를 맞아 원청기업이 도산을 하면서 위기에 처했다. 그 때 박 부회장은 “우리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업계 최초로 이탈리아에 가구 연구소를 만들었다.
이탈리아 곳곳을 방문하며 자체 브랜드 구상을 하던 박 부회장에 한 회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가구 공장에서 나는 특유의 접착제 냄새가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박 부회장은 3배나 비싸지만 송진으로 만든 친환경 접착제를 바로 도입했다. 가죽도 자사만의 원료를 활용해 자코모만의 가죽을 공수했다. 이렇게 소파에 필요한 자재라면 작은 것 하나까지도 최고급을 고집했다.
박 부회장은 “자코모의 ‘자’는 재경가구의 JA에서 따왔고, ‘코’는 코리아, ‘모’는 이탈리어로 가구란 뜻의 모빌리에서 차용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이 꼽은 자코모의 성공은 ‘인재경영’으로 압축된다. 자코모는 주 5일 근무제 정착이 한국 사회보다 20년 빨랐다. 그는 “라디오에서 뉴스를 듣는데 격주로 주 5일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며 “주간 생산량만 맞추면 주 5일제가 가능하겠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이직이 전혀 없었다. 타카(고정용 핀을 박는 도구)박는 소리도 두 배로 빨라졌다”고 전했다.
지난 2021년에는 기능공 육성을 위해 소파 아카데미도 설립했다. 환갑이 넘는 기능직들만으로는 100년 기업을 만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박 부회장은 “가업승계를 통해 100년 기업을 만들고 싶다”며 “소파 아카데미에서 5기생까지 나온 기능공들이 현장에서 잘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6공장까지 늘린 자코모 각 공장에는 5~6명의 기능공이 자코모의 품질을 지키고 있다.
박 부회장 스스로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닫고 1999년 늦은 나이에 대학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탈리아에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자코모는 현재 350가지의 소파 디자인을 확보한 회사로 성장했다.
올해는 자코모에게 ‘수출 원년’이다. 지난 5월 일본 도쿄 롯폰기에 처음 자코모 제품을 판매했다. 다음달에는 일본에 2호점을 연다.
박 부회장은 “일본에 300여개 매장을 가진 프랑스베드에서 먼저 수출을 제의했다”며 “내년에 일본에 30개까지 매장을 늘려 궁극적으로는 수출 비중을 70%까지 높이는 글로벌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