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승려가 만든 꽃을 든 불상, 네덜란드국립박물관 찾는다

by장병호 기자
2024.07.03 13:49:43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2년간 전시
국외 한국실 지원사업 첫 프로젝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은 소장품 ‘목조관음보살상’을 7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약 2년간 네덜란드국립박물관에서 특별 전시한다고 3일 밝혔다.

7월부터 2025년 5월까지 네덜란드국립박물관에서 특별 전시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목조관음보살상.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이번 특별공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국외 한국실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네덜란드에서 진행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네덜란드국립박물관은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반 고흐 등의 작품을 보유한 네덜란드 회화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박물관이지만 한국 문화 전시 공간은 상대적으로 소박한 수준이다. 특히 아시아관에는 중국과 일본 불상만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곳에서 조선 불상을 전시하기 위해 네덜란드국립박물관과 협의해 왔고, 20223년 12월 전시품 대여 및 한국코너 개편 지원 등의 교류를 합의했다.

네덜란드국립박물관이 암스테르담으로 초대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은 18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목조관음보살상’이다. 관음보살은 사람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보고 듣는다는 데서 유래한 자비의 화신이다. 머리에는 화려한 보관을 쓰고 손에는 연꽃을 든 이 상은 ‘조선의 승려 장인’ 특별전(2021년)에도 출품된 바 있다.



이 상을 조각한 승려의 이름은 전하지 않지만, 독특한 표현 방식에서 조각승 진열(進悅)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진열은 1700년대 중반에서 1720년대 전반까지 수조각승으로 활동했으며, 부산 범어사 관음전 관음보살상의 작가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편안한 인상을 주는 이 상은 조선 후기에 승려 장인들이 활발히 활동했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 불교조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조선시대 목조상은 두 손과 머리에 쓰는 보관, 손에 든 연꽃을 별도로 조각해 끼우므로 제작 당시의 것이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다. 이 상은 승려 조각가가 만들었을 당시의 원형을 잃지 않고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17세기 조선의 생활상을 유럽에 처음 소개했던 하멜의 나라이기도 한 네덜란드에서 조선의 불상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중요한 문화 사절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