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교체비' 받겠다는 식당, 법적 문제 없나요?[궁즉답]

by이배운 기자
2023.08.23 13:45:17

법적 처벌 근거는 없어…''영업의 자유'' 보장 범위
''내놔라'' vs ''못낸다''…법정공방 시 법은 누구편?
관행 벗어난 조치, 손님에게 제대로 알려야 효력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A. 숟가락을 교체하려면 500원을 더 내라는 식당의 방침은 우리 사회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났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500원 추가 비용을 메뉴판에 명시했다는 이유만으로 점주를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우리 법은 형벌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최후수단성 원칙’과 개인 간의 법률관계는 개인 각자에게 맡긴다는 ‘사적자치의 원칙’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숟가락 추가 비용 고지는 이들 원칙과 영업의 자유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손님이 식당을 이용하는 것은 점주와 일종의 계약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즉 식당 테이블에 착석해 메뉴를 시키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숟가락 추가 비용 계약’에 암묵적 동의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추가 비용을 내놓으라는 점주와 절대로 못 내놓겠다는 손님이 끝내 법정에서 다툼을 벌이게 되면 어떤 판결이 나올까요?



법조계 전문가는 식당에 처음 방문하는 손님 누구나 문제의 계약을 알 수 있도록 ‘명시’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숟가락 추가 비용은 분명히 상관행을 벗어나기 때문에 손님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어 보인다”며 “문제의 내용을 메뉴판 한구석에 깨알같이 적어놓는 등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계약의 구속력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승재현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반대로 메뉴판 1번째 장에 아주 크게, 혹은 식당 입구에 ‘우리 식당은 숟가락 떨어트리면 500원 더 받습니다’고 못 보고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표시했다면 계약의 구속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손님이 숟가락 추가 비용 지불 사실을 ‘알고도’ 식당을 이용했다면, 점주와의 추가 비용 계약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 되고 법은 점주의 손을 들어줄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문제의 계약은 우리나라 모든 식당에 일괄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식당에서만 적용되는 ‘사적 자치’의 영역입니다. 계약이 다소 못마땅해 보일 수는 있어도 이런 사소한 계약까지 일일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자본주의 원칙에도 어긋납니다.

사업자가 내놓은 계약이 못마땅하고 불만족스러울 때 소비자(손님)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대응책은 처음부터 계약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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