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삼성 부회장의 이례적인 현장경영

by김정남 기자
2012.09.13 16:05:17

이건희 회장 회동에 동행..미래전략실장으로선 이례적
"삼성전자 CEO 업무 연장선..회장 보좌업무 집중"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홍콩까지 날아가 사업을 논의했던 지난 11일. 홍콩 청콩그룹 영빈관에 들어선 이 회장 옆에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자리했다. 초거대기업의 총수간 회동으로 주목 받았던 이 회장과 리카싱 청콩그룹 회장간 사업협력 자리에 최 부회장이 직접 배석한 것이다.

안살림에 주력했던 역대 미래전략실장과는 달리 최 부회장은 현장 경영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동안 삼성의 기류는 총수가 나서는 사업협력 자리에는 해당 최고경영자(CEO)가 주로 나섰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13일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해외 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에 미래전략실장이 직접 나선 것은 드문 일”이라며 “미래전략실장 취임 전 삼성전자 CEO 재직 당시 진행했던 사업을 끝까지 마무리하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은 애플과의 특허 소송전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배심원 평결 전 팀 쿡 애플 CEO와 막판 협상을 벌인 주인공도 최 부회장이다. 특허 소송전은 계열사인 삼성전자(005930)가 사활을 걸고 있는 사안이다. 지난 6월 이재용 사장이 리커창 중국 부총리와 면담할 때도 최 부회장이 직접 동행했다.

최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내치에 주력했던 역대 삼성 미래전략실장(구 비서실장) 13명과는 확연히 다르다.



고 소병해 전 삼성 비서실장(왼쪽)과 이학수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1959년 이후 비서실→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로 변모했던 조직을 이끌던 과거 인사들은 사업 일선에 잘 나서지 않았다. 철저히 오너와 계열사를 잇는 가교 역할만을 수행했다. 10년 넘게 자리를 지켰던 고(故) 소병해 비서실장(1978~1990년)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1996~2008년) 등 대표적인 비서실장들이 총수의 ‘복심’으로 불렸던 이유다.

실제로 지난 4월 이 회장이 카를로스 슬림 멕시코 텔맥스텔레콤 회장과 회동했을 때도 당시 미래전략실장이었던 김순택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이 회장이 제임스 호튼 코닝 명예회장과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 5월 이 회장이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과 사업을 논의했을 때도 해당사업 CEO가 배석했다.

최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장 취임 이후에도 이례적으로 현장 경영에 나서는 것은 불과 3개월 전까지 수행했던 삼성전자 CEO로서의 업무를 끝까지 마무리하려는 차원이다. 연말 정기인사가 아닌 연중 인사를 통해 미래전략실로 옮겼던 까닭에 최 부회장만큼 큰 이슈에 대해 잘 아는 인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과의 특허 소송전은 그룹 전체를 뒤흔들만한 사안이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최 부회장이 현장에 자주 나서기는 했지만, 이는 삼성전자 시절 업무의 연장선”이라면서 “이 같은 업무들이 마무리되면 이 회장을 보좌하는 본연의 업무에 다시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