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삼성 안내견 학교 찾은 JY…"선친이 보셨다면.."

by최영지 기자
2023.09.19 14:45:13

19일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식 개최
올해까지 총 280두 분양.."기업 운영은 세계 유일"
이건희 선대회장, 1993년 안내견학교 설립
향후 30년도 '동행' 지속 다짐

[용인=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존경아, 지난해 초 처음 만난 너와 눈을 맞추고 서로에 집중하는 순간들이 생생히 떠오르곤 해. 그 행복을 이젠 시각장애인 파트너님과 나누고 있을 사실에 기뻐.” (‘존경이’ 퍼피워커 정수지씨)

“1996년부터 안내견의 파트너로 지냈고 직전 안내견인 한울이는 2016년부터 함께해 지난해 12월 은퇴했습니다. 안내견 학교가 30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건 여기 계신 삼성 임직원과 퍼피워커 자원봉사자 모두가 계셨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각장애인 파트너 양지호씨)

19일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안내견 3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前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시각장애인 파트너들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이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19일 개최한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에 참가한 퍼피워커(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맡아 사회화 훈련을 하는 자원봉사자)와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가족 등이 이같이 안내견과 함께 한 소회를 밝혔다. 기념행사에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등이 참석했다. 행사 직전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등장하며 자리를 빛냈다. 홍 전 관장이 외부에 공개된 회사 공식 행사에 참석한 것은 2017년 관장직을 내려놓은 이후 처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개최한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최영지기자)
기념식에서는 30년 전 안내견 사업을 시작한 고(故) 이건희 회장의 혜안과 신념 그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변화 등 성과를 되돌아보는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안내견 분양식과 은퇴식이 진행됐다. 안내견은 생후 훈련기간 약 2년과 활동기간 7~8년, 은퇴 뒤 노후 돌봄 등 1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퍼피워커 봉사자들과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가족과 함께 한다.

19일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는 안내견들과 시각장애인 파트너,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윌리엄 손튼 세계안내견협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박태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교장. (사진=삼성전자)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이 훈련을 받고 있는 모습.
이재용 회장은 이날 퍼피워커 봉사자들이 레브라도 리트리버 강아지들과의 에피소드를 들려줄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수차례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안내견 ‘대한’의 퍼피워커 김현정씨는 “대한이는 우리집 서열 1위 막내아들이었고 퍼피워킹하는 동안 더욱 훈련을 잘해냈다”며 “파트너님도 대한이를 아껴주시고 대한이와 파트너님의 가는 그 모든 길이 꽃길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안내견의 사회화 과정인 퍼피워킹을 마치고 안내견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강아지들과 이별하는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며 이 회장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 회장은 이날 안내견 ‘조이’의 파트너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에게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홍 전 관장은 “선대회장님이 굉장히 노력하던 사업이라 30주년 기념식을 보면 감동하고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4년 첫 번째 안내견 ‘바다’ 이래 매년 12~15두를 분양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280두의 안내견을 분양했고 현재 76두가 활동 중이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길러지는 리트리버 견종을 돌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30주년을 맞은 삼성 안내견 사업은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한 후 9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설립하며 시작됐다.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일원으로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다. 당시 그는 미발간 에세이 ‘작은 것들과의 대화’를 통해 “삼성이 처음으로 개를 기른다고 알려졌을 때 많은 이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며 “비록 현실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거나, 바보라는 비난을 듣고 있지만 10년이나 20년이 지난 다음에 우리가 옳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자리에 모여 포즈를 취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예비 안내견들. (사진=삼성전자)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예비 안내견들이 놀고 있는 모습.
이 회장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02년 세계안내견협회(IGDF)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했다. 이날 기념식에 참여한 IGDF의 손튼 회장은 “이건희 회장은 한국에 안내견 문화를 고취시키고 전 세계적인 안내견 운동에 기업이 운영하는 안내견의 개념을 가능하게 했다”며 “이건희 회장의 비전이 없었다면 오늘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재용 회장을 언급하며 “오늘 이 자리에 이재용 회장께서 함께하고 계시다”며 “삼성 안내견 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심에 감사하다”고 했다.

한 자리에 모여 포즈를 취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예비 안내견들. (사진=삼성전자)
삼성은 행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한 이건희 회장의 혜안과 철학과, 이후 30년에 걸친 삼성을 비롯한 우리 사회 모두의 노력을 조명하며 서로에 대한 감사와 축하를 나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