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여력' 알 수 있는 건 카드정보가 유일하죠"

by서대웅 기자
2022.05.25 13:50:05

장재영 신한카드 빅데이터R&D본부장 인터뷰
결제 정보는 생활 밀착형...빅테크 대비 강점
과거 데이터 기반으로 미래 행태 예측 가능
2200만 고객 정보 빅데이터 역량 뛰어나
과기정통부서 업계 첫 연구소 인증 받아
고객에게 최적화한 상품·서비스 제안할 것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개인의 소비 여력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은 신용카드사가 유일합니다. 빅테크에 비해 카드사가 보유한 가장 큰 강점이에요. 고객의 ‘(소비) 행태 정보’를 활용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장재영 신한카드 빅데이터 R&D본부장(상무)은 최근 기자와 만나 빅테크와 경쟁하는 시대에 카드사 경쟁력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장이 열리면서 빅테크도 고객의 카드결제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됐지만, 장 본부장은 “카드사의 빅데이터 수준을 따라오기 힘들다”고 힘줘 말했다.

신한카드는 2014년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센터를 만들어 20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결제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지난 3월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업계 첫 빅데이터연구소 인증도 받았다. 신한금융그룹 내에선 ‘빅데이터 후견인’으로 그룹의 데이터 기반 미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조직을 이끌고 있는 장 본부장은 “카드 결제 정보는 생활 밀착형이라는 점에서 빅테크는 물론 예·적금, 대출 등 은행 정보 대비로도 경쟁력이 있다”며 “과거 소비 생활과 소득 등 신용도를 바탕으로 미래 소비 행태를 예측할 수 있는 ‘행태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정보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는지, 분석을 잘하는지가 마이데이터 시대에서도 경쟁력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기존 고객에게 더 적합한 카드 상품을 추천하는 금융 중개 업무가 대표적인 예다.

다음은 장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장재영 신한카드 빅데이터R&D본부장이 서울 을지로 신한카드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신한카드)
△신용 관련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빅테크는 고객이 무엇을 소비했는지 알 수는 있지만, 향후 얼마만큼 소비가 가능할지는 파악할 수 없다. 소득과 신용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고객이 무엇을 사는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만큼의 소비 ‘여력’을 가졌는지가 더 중요하다. 고객의 행위 예측이 가능해서다. 카드 정보의 가장 큰 강점은 직업과 신용 정보, 리스크 메니지먼트(위험 관리 분석)를 통해 고객의 경제여력을 추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계가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고객 동의를 받아야 해당 금융회사로부터 고객의 신용정보를 가져다 쓸 수 있다. 신한카드의 신용카드 고객 수가 2200만명, 자동차금융 등 멤버십 고객까지 합치면 2800만명이다. 이만큼의 고객 동의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 100만명 이상 고객 동의를 획득한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10곳 이내다. 신한카드의 마이데이터 고객 수는 레거시(빅테크를 제외한 정통) 금융권에선 1위고, 빅테크를 포함해서도 최상위권이다.

△생활 밀착형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은 자산관리에 강점이 있다. 하지만 예·적금이나 대출이 빈번히 일어나는 게 아니다. 카드사는 결제, 즉 소비생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에 카드사가 운용하는 마이데이터 플랫폼에 더 자주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 분석 역량이다. 우선 금융데이터를 가장 잘 분석하는 인프라와 인력을 확보했다. 지난 3월엔 업계 처음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빅데이터 모델링, 인공지능(AI), 지불결제 연구개발 등을 위한 기업부설연구소(빅데이터연구소) 인증도 받았다. 이번 인증으로 연구인력 인건비 20%를 정부에서 지원받는데, 이를 통해 더 많은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고객의 행태 정보를 분석해 고객이 꼭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초개인화 마케팅’이다. 최적화한 금융상품을 제안받을 수도 있다. 마이데이터는 쉽게 말해 금융상품 중개다. 현재 사용 중인 카드보다 다른 카드 사용 시 매달 1만원 혜택이 추가된다면 그 상품 사용을 제안해야 한다. 결국 빅데이터화한 과거의 소비 정보와 개인 신용정보 분석 역량이 핵심이다.

장재영 신한카드 빅데이터R&D본부장.(사진=신한카드)
△그룹은 2020년 3월 ‘디지털 후견인제도’를 도입했다. 은행, 카드, 금융투자, 보험 등 그룹의 주요 4개사 중 디지털 부문별 역량이 가장 뛰어난 회사를 정해 그룹 계열사의 해당 역량을 상향 평준화하는 업무를 위임한 제도다. 그 가운데 신한카드는 빅데이터 후견인으로 선정됐다. 현재는 신한카드가 초창기 진행했던 데이터 표준화 작업을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일종의 ‘색인’ 작업이다. 계열사들은 각사만의 방식으로 정보를 정리하고 있다. 은행이 보는 관점, 증권사가 보는 관점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룹 차원에선 이 정보들을 한번에 관리하기가 어렵다. 신한금융만의 통일된 방식으로 정보 분석이 가능하도록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작업이 끝나면 고객 입장에선 더욱 정교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업계 처음으로 빅데이터센터를 신설한 2014년 이후 회사 내에선 크게 세 단계로 발전해 왔다고 보고 있다. 2014~2016년이 1단계, 빅데이터 경영체제를 도입하고 인프라 구축 및 역량 강화에 나선 시기다. 2단계인 2017~2018년엔 영업지원을 본격화하고 빅데이터 플랫폼 등 제반 인프라를 고도화했다. 2019년 이후 현재까진 내재화한 역량을 기반으로 초개인화 마케팅을 구축하고 마이데이터 등 데이터 신사업에 나서고 있다. 4단계에 이르러선 ‘데이터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데이터 수익화를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