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 박건영·서재형, 세번째 진검승부는 헤지펀드

by김기훈 기자
2013.12.04 16:07:47

대신운용 헤지펀드 11월 수익률 최고..브레인 꺾어
시장은 여전히 브레인 선점..대신운용 도전 주목
운용업계, 라이벌 구도로 업계 긍정적 영향 기대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 시절 양대 스타 펀드매니저로 활동한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와 서재형 대신자산운용 대표가 헤지펀드 시장을 두고 진검승부에 돌입했다. 먼저 시장에 진출한 박 대표가 유리한 위치에 선 가운데 서 대표의 도전이 점차 거세지고 있어 앞으로 본격화될 두 사람의 대결 구도에 자산운용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운용이 지난 9월 내놓은 3호 헤지펀드인 ‘대신 에버그린 롱숏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7%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브레인운용이 지난해 7월 설정한 ‘브레인 백두 전문사모투자신탁 1호’의 설정 이후 수익률 40.45%와 올 3월 설정한 ‘브레인 태백 전문사모투자신탁 1호’의 수익률 16.56%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지난달만 놓고 보면 대신 에버그린 롱숏펀드의 수익률은 6.93%로, 같은 기간 각각 4.57%와 4.28%를 기록한 브레인 태백과 백두펀드를 앞선 것은 물론 26개 한국형 헤지펀드 중 월간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설정 한지 두 달이 갓 지난 새내기 헤지펀드로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신 에버그린 롱숏펀드는 9월 말 자금 모집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1000억원을 끌어모으며 출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수익률이 괜찮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헤지펀드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기관투자자들이 들어와 현재 펀드 수탁고는 1174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서재형 대신자산운용 대표
박 대표와 서 대표의 인연은 미래에셋운용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2006~2007년 ‘펀드 붐’이 일던 당시 미래에셋운용의 대표 펀드매니저로 명성을 날렸다. 박 대표는 인디펜던스펀드, 서 대표는 디스커버리펀드 신드롬을 주도하며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굴렸고 주식운용본부장을 번갈아 맡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후 미래에셋을 나와 투자자문업계에서 또 한 번 대결했다. 박 대표는 먼저 회사를 나와 브레인투자자문을 차려 자문형랩어카운트 열풍을 이끌었고, 서 대표도 뒤이어 족집게 투자전략가 김영익 씨와 손잡고 한국창의투자자문을 세워 자문업계에 뛰어들었다.

자문형랩 시장의 쇠퇴와 더불어 자산운용업계로 적을 옮긴 두 사람은 이제 헤지펀드 시장을 대결 장소로 삼게 됐다. 우연히도 미래에셋을 떠난 이후 박 대표가 시장에 먼저 진출하면서 대표가 이에 도전하는 형국이 반복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펀드업계와 투자자문업계에서 한 획을 그으며 질긴 인연을 이어온 두 사람인 만큼 헤지펀드 시장에서의 행보 역시 업계 안팎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

과거 미래에셋운용에 근무했던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개성이 뚜렷했고, 회사는 물론 업계를 대표하는 매니저였던 만큼 경쟁심도 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두 사람의 라이벌 구도가 운용업계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