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동생 투자금 도우려고..' 최태원 회장 공소장 변경 권고

by김현아 기자
2013.08.27 18:13:2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법원이 회삿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003600)그룹 회장 항소심 재판에서 선고를 20일 정도 앞두고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권고했다.

최태원 SK회장
재판부는 유·무죄 여부나 양형에 공소장 변경이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 했지만, 검찰이 이를 수용하면 재판 결과가 바뀔지 관심이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27일 열린 변론재개 공판에서 검찰에 공소사실 중 사건의 동기 부분을 바꿀 것을 권고했다.

검찰은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공모해 최태원 회장의 김원홍(전 SK해운 고문) 씨에게 보낼 투자금 마련과 기존 채무의 변제를 위한 금융비용 마련을 위해 횡령했다”고 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를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김원홍 씨로부터 투자 재개를 권유받고, 김원홍 씨와 공모해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에게 500억 상당을 SK C&C 주식담보 없이 만들라”고 한 것으로 변경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최 회장이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경위가 개인 투자금 같은 사익추구가 아니라 동생을 도우려고 했다는 부분으로 바뀌는 걸 의미한다.

법원은 범행 수단이나 내용 등의 핵심 공소사실은 바꾸지 않았다. ▲SK 계열사로 하여금 베넥스펀드에 출자하게 만들면서 선지급하게 하게 했고 ▲선지급 된 돈 중 일부를 횡령했다는 부분은 유지했다.

문용선 재판장은 “핵심은 엉터리 펀드를 만들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한 선지급에 있기 때문에 죄의 유·무죄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며 “양형에 대해서도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계열사돈을 동원한 게 핵심이어서 원칙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1심에서 징역 4년이라는 중형을 받은 이유가 회사의 공적 자산을 이용한 사익 편취에 있었던 만큼, 횡령금의 실제 사용은 물론 동기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면 재판결과가 바뀔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사건 450억 원의 횡령금은 김원홍씨의 보험금 사기 등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편 법원은 이미 녹취록이 탄핵증거로 제출돼 있다는 이유로 김원홍 씨의 국내 송환과는 무관하게 그를 증인으로 세우지 않기로 했으며, 29일 오전 10시 변론을 재개해 검찰의 공소장 변경 수용 여부를 점검한 뒤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