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대화하던 전통정원, 미디어아트로 재탄생하다
by장병호 기자
2025.02.24 13:12:45
전시 ''미음완보, 전통정원을 거닐다''
국가유산청·세종문화회관 공동 주최
전통조경 정밀실측 데이터 활용 사례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예로부터 선조들은 정원을 자연과 대화할 수 있는 매개체로 삼았다. 정원은 단순히 잘 꾸민 공간이 아닌,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철학과 상징까지 함께 품은 공간이었다.
 | 전시 ‘미음완보, 전통정원을 거닐다’. (사진=국가유산청) |
|
선조들이 남긴 전통정원이 미디어아트 전시로 새로 태어났다. 국가유산청은 세종문화회관과 공동으로 24일부터 4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에서 ‘미음완보(微吟緩步), 전통정원을 거닐다’ 전시를 선보인다.
‘미음완보’는 조선 전시 문신 정극인(1401~1481)이 지은 시 ‘상춘곡’(賞春曲)의 한 구절이다.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걷다’라는 뜻으로 단순히 정원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자연과 교감하고 내면을 바라보는 심미적 과정을 담고 있다.
 | 전시 ‘미음완보, 전통정원을 거닐다’. (사진=국가유산청) |
|
이번 전시는 국가유산청이 그동안 확보한 전통조경 디지털 정밀실측 데이터를 활용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일민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였다. 전통조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전시 기간이 짧아 아쉬웠다는 의견을 반영해 이번에 다시 전시를 마련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산수지락(山水之樂), 자연을 벗 삼아 누리는 즐거움’이다. 선조들이 정원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인 ‘차경’(借景) 기법으로 구현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차경’은 ‘경치를 빌린다’는 뜻으로 정원 내부가 아닌 정원에서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것을 뜻한다. 명승 ‘지리산 쌍계사와 불일폭포 일원’에서 착안한 6m 높이의 폭포가 머리 위에서 갈라지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 전시 ‘미음완보, 전통정원을 거닐다’. (사진=국가유산청) |
|
2부는 ‘격물치지(格物致知), 정원에서 얻는 아취’에서다. 일상생활에서 자연의 정취를 누리고 심신을 수양하는 선조들의 방식을 사물에 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매핑 콘텐츠로 구현했다. 전통정원의 대표적 공간구성 요소인 방지원도(方池圓島, 네모난 연못 안에 둥근 섬을 둔 정원 양식)의 구조와 의미를 재해석했다. 국가민속문화유산 ‘논산 명재고택’의 석가산을 본뜬 3차원 모형을 통해 정원 안에서 명승을 간접 향유하는 선조들의 방식을 계승했다.
3부는‘인지제의(因地制宜), 자연에 의탁한 정원’이다. 도심 속 전통정원인 창덕궁 후원의 사계와 명승으로 지정된 네 곳의 별서정원 ‘보길도 윤선도 원림’, ‘담양 소쇄원’, ‘담양 명옥헌 원림’, ‘화순 임대정 원림’을 직접 거닐어 보는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두 미디어아트는 실존하는 정원을 실측한 정밀데이터를 활용해 차별점을 강조했다.
| 전시 ‘미음완보, 전통정원을 거닐다’. (사진=국가유산청) |
|
한편 국가유산청과 세종문화회관은 전시 개막일인 24일 오후 2시 한국 전통정원 등 자연유산 분야의 콘텐츠 활성화와 홍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