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에 '핫플' 된 소아과..“구내염 진단 의사도 공범”

by박지혜 기자
2021.01.05 11:18:29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16개월 정인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3차례 신고를 놓친 양천경찰서에 이어 구내염 진단을 내린 소아과 의원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4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화곡**소아과의원에서 정인이에게 허위진단서를 내린 의사의 의사면허를 박탈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정인이는 학대로 인해 입안이 찢어졌고 이를 본 한 소아과 전문의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 부부가 화곡** 소아과의원의 의사가 ‘구내염이라고 내린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했다.

그는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 의무가 있지만 이를 행하지 않았음은 물론 소아과전문의로서 찢어진 상처와 구내염을 구분하지 못함이 의사로서의 능력이 의심되고 가해자가 유리하도록 허위 진단서를 내려 정인이를 구하기 위해 신고한 선량한 신고자들의 노력을 무력화해 이로 인해 정인이 구조될 기회를 잃고 고통 속에 16개월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여론이 들끓어 폐업하고 다른 지역 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개업하면 그만”이라며 “의사가 존경받는 건 똑똑하고 잘나서가 아니라 생명을 구하기 때문이다. 의사로서의 소양과 양심이 없는 의사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분노했다.

청원인은 “아동법은 아동의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한다. 의료법도 환자의 피를 먹고 자란다”며 “한 아이를 키워내는데 공동체의 노력이 있듯 한 아이를 학대하는데 역시 공동체의 무관심이 있다”고 했다.

이어 “직접적인 의료 행위를 통해 정인이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를 진단하고 발급해야 하는 진단서를 무책임하게 발급할 시 환자의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며 “미필적 고의가 있기에 공범으로 보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글을 맺으며 “국가에서 내준 면허증을 국가에서 박탈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 청원은 5일 오전 11시 현재 2만89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사전동의 ‘100명 이상’ 기준을 충족하면서, 관리자가 전체 공개를 검토 중이다.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부모와 함께 묘역을 찾은 한 어린이가 정인 양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입양된 지 271일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16개월 정인이에 대한 소식을 다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인 양에 대한 양부모의 학대 의심 신고는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총 세 차례 접수됐다. 특히 세 번째 신고는 정인 양 사망 20여 일 전인 9월 23일 아동학대를 의심한 소아과 의사에 의해 이뤄졌다.

당시 신고를 받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정인 양을 양부와 함께 다른 소아과 의원으로 데려갔고, 단순 구내염 진단으로 정인 양은 양부모와 분리 없이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 병원은 양부모의 단골 병원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맘카페’를 중심으로 공분이 일고 있다. “정인이 구내염이라고 했던 소아과 어딘가요?”, “정인이 구내염이라고 한 소아과에 전화했더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진료 보고 있더라”, “ㅇㅇ에 사는 분들은 정인이 구내염 소아과 어딘지 확인해보고 꼭 기억해두세요”라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 최고의 구내염 진료 ****소아과’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정인 양에게 구내염을 진단한 의원의 위치와 전화번호 등이 포함됐다.

글쓴이는 “여기가 방송에도 소개되고 구내염 진료 잘하는 최고의 병원이자 핫플레이스 맞나? 방송 보고 지나치신 분들 많아서 이런 좋은 병원을 많은 분이 찾아가서 칭찬해주고 진료 받을 수 있게 추천하고 댓글 달아달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