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피용익 기자
2016.06.24 13:10:38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경제는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 ‘탈퇴’가 ‘잔류’를 앞서고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24일 금융시장은 이미 패닉 상태에 빠졌다.
브렉시트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부추기며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외국계 자금이 이탈하면서 상당 기간 주가 부진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투자은행(IB)인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브렉시트가 현실화돠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금융시장은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단기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씨티는 특히 “외국인 자금의 주식시장 투자비중이 29.0%로 큰 가운데 영국계 자금이 미국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자본유출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도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국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브렉시트가 상당 기간 동안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올해 1~4월 우리나라 주식 420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의 15%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3~4월에는 전체 외국인 주식 매입의 3분의 1인 1조800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단행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위험 회피를 위해 국내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은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국계 자금의 직접유출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에 따른 해외 자금의 유출이 우려된다”며 “영국 익스포져가 높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유럽계 자금들이 국내 금융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물경제도 타격이 우려된다. 영국은 물론 EU의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고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면서 한국의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자동차와 가전제품 수출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영 무역 노출 정도가 크지 않아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영국은 한국의 11번째 수출국이란 점에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맞선다. 지난해 대영 수출은 73억달러에 달했다. 독일(62억달러), 캐나다(46억달러), 러시아(47억달러), 프랑스(26억달러) 등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2년 간의 유예기간 동안 FTA를 체결하지 못한다면 수출기업들은 그동안 면제됐던 관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는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며 수출 부진을 심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투자심리와 소비심리 악화로 인한 실물 경제 타격은 단기적으로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IB인 모건스탠리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하고 내년 성장률은 0.4%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