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말뿐인 벤처정책 '염증'..서정진 회장 손턴다

by박형수 기자
2013.04.16 16:33:57

공매도 세력의 공격과 끊임없는 의혹, 악성루머에 염증
말뿐인 벤처 정책도 쓴소리..매각대금은 신생기업 투자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샐러리맨의 신화’로 꼽히면서 다국적 제약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을 만들고 싶다던 서정진 셀트리온(068270) 회장이 돌연 꿈을 접었다. 공매도 세력의 공격을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정부의 말뿐인 벤처지원 정책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돌직구를 날렸다.

서정진 회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63시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램시마’가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를 받으면 보유 중인 셀트리온 주식을 모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의 지주회사 격인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 97%를 비롯해 홀딩스를 통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제약, 셀트리온 헬스케어, 셀트리온 GSC 등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서 회장은 지분 매각의 직접적인 이유로 공매도를 꼽았다. 불법적인 공매도 세력의 공격에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혹과 악성 루머로 이젠 지칠대로 지쳤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안일한 당국의 대응도 꼬집었다. 서 회장은 지난 2년간 432거래일 중 412일 동안 거의 공매도가 이뤄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2년 설립 후 직원수 900명, 시가총액 5조원에 달하는 대표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셀트리온을 키워온 장본인이 공매도 공격때문에 회사를 매각한다는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오히려 다국적 제약회사가 대주주로 있는 편이 셀트리온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공매도를 명분으로 내세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서 회장은 오래 전부터 축성과 수성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했다. 그는 지난해 주주들 앞에서 “앞으로 5년 후에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겠다”고 공언했다. 스스로 성을 쌓는 사람으로 지칭하면서 “축성조가 수성하면 성이 무너진다”고도 말했다.

본인의 역할을 잘알고 있었던 만큼 셀트리온이 계속 기업으로서 틀을 갖추면서 미래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셀트리온이 잘나갈 수록 커지는 시기와 의혹, 이를 이용한 공매도 세력의 공격에 염증을 느끼면서 결단의 시점을 예상보다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직접 기업을 경영하면서 느낀 정부의 말뿐인 지원정책에 대한 불만도 서 회장의 도전의식에 불을 지폈다. 그는 수많은 카메라를 앞에 두고도 거침없이 현 정책으로는 제2의 셀트리온이 나올 수 없다고 단언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 지분을 매각하면 세금을 제하고도 1조원이 넘는 현찰을 손에 쥐게 된다. 그는 “금융맨이 아닌 실제 기업을 경영해본 경영인으로 국내 벤처기업의 어려운 투자환경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면서 “신생 기업에 대한 건강한 투자 풍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