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680억 아낀 서울시내버스 준공영제 어떻게 바뀔까(종합)

by함지현 기자
2024.10.22 11:17:37

재정지원방식 개편…시 재정부담↓·운수회사 자발 혁신 유도
민간자본 진입기준 엄격히…과도한 수익 추구 불가 구조로
노선굴곡 완화하고 장거리·중복노선 폐지…자율주행 도입도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준공영제 20년을 맞아 재정, 공공성, 서비스 세 가지 혁신 추진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편리함을 체감할 수 있는 든든한 교통 복지를 실현하겠다.”(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는 ‘서울시내버스’의 준공영제 시행 20주년을 맞아 ‘재정’, ‘공공성’, ‘서비스’의 3대 분야에 대한 혁신을 추진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20주년을 맞아 재정, 공공성, 서비스의 3대 분야 혁신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혁신을 통해 시내버스 운송수지 적자분(총수입-총비용) 전액을 시가 보전하던 ‘사후정산’ 방식을 미리 정한 상한선 내에서 보전하는 ‘사전확정제’로 재정지원 구조를 개선한다. 아울러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 준공영제 취지를 존중하는 건전한 민간자본만이 버스업계에 진입하도록 한다. 또한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도보 5분 내 대중교통 접근이 가능한 ‘대중교통 세력권’ 실현을 위해 버스노선도 이용자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다.

먼저 재정지원 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혁신한다. 운송수지 적자분을 정산 후에 전액 보전하던 ‘사후정산제’를 다음 해 총수입과 총비용을 매년 미리 정하고, 그 차액만큼만 지원하는 ‘사전확정제’로 전환한다.

기존 전액 보전 ‘사후정산제’는 운수회사 입장에서 적극적인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일 유인 요소가 없었으나 ‘사전확정제’로 제도가 변경되면 운수회사가 자발적인 수입증대와 비용 절감 등 경영혁신에 힘을 쏟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건비와 연료비의 경우 많이 써도 모두 실비로 보전해주는 정산방식도 상한선을 정해 보전해주는 표준단가 정산제로 바꾼다. 시 측은 이를 통해 연간 5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또한 사전확정제로 전환되면 정산업무 간소화로 정산인력을 11명에서 4명으로 줄일 수 있다. 행정비용 감소와 함께 대출이자 등 연간 최대 18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즉 이번 대책으로 연간 최대 680억원을 줄여 교통을 넘어 시민을 위한 전반적인 서비스 개선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민간자본 종합관리대책도 마련했다. 현재 준공영제 운수회사를 안정적 투자처로 인식한 사모펀드 등 민간자본이 서울시내버스 회사 6곳을 인수한 상황인 만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공성 훼손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다. 오 시장은 “사모펀드라는 민간자본이 준공영제로 운영하는 버스업계에 이익을 취하겠다고 들어오는 통탄할 일을 겪었다”며 “극도의 인내심으로 참아왔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민간자본이 들어와서 헤집고 다니는 일 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굳은 결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는 엄격한 진입기준에 따른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해 불건전·외국계 자본과 과다영리 추구 자본의 진입을 사실상 제한한다. 아울러 외국계 자본, 자산운용사의 진입을 금지하고 국내 자산운용사의 경우엔 설립 2년 이상 경과 된 곳에만 기회를 준다. 또한 진입 전 관리대책 실효성 확보를 위해 시의회와 협력해 올해 안에 준공영제운영 관련 조례를 개정할 예정이다.

이미 진입한 민간자본에 대해서는 배당성향 100% 초과 금지, 1개월분의 현금성 자산(운전자본) 상시 보유 의무화 등을 통해 배당수익을 제한한다. 또한 회사채 발행시 사전신고를 의무화하고 회사채로 인해 이자비용이 늘어난 경우에는 회사 평가 등에 반영해 과도한 수익 추구가 불가능한 구조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민간자본이 준공영제 허점을 악용해 알짜 자산매각 후 단기간에 운수업계를 청산·이탈하는 이른바 ‘먹튀’도 원천 차단한다. 임의로 차고지를 매각한 경우엔 차고지 임차료를 지원하지 않고, 최초 진입 후 5년 내 재매각하거나 외국계 자본에 재매각시 서울시의 성과이윤을 받는 기준이 되는 회사평가에서 5년간 200점을 감점한다. 다음 구매자에게 부담을 떠안기는 식으로 매각에 불편함을 주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노선 전면 개편을 통해 서비스도 혁신한다. 이를 통해 서울시민 누구나 걸어서 5분 내 대중교통에 접근할 수 있는 ‘대중교통 세력권’, 이른바 대세권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용자가 많아 차내 혼잡이 극심한 간선버스 중 굴곡도가 낮은 노선에는 ‘2층버스’를 중심으로 투입하고 ‘자율주행버스’는 운전기사 수급이 어려운 새벽·심야시간 대 청소·경비 등 새벽노동자 탑승이 많은 노선에 우선 공급한다. 정해진 노선은 없지만 고령인구가 많거나 사회복지시설 인근지역에서 일정 인원 이상이 요청하면 투입하는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도 도입한다. 노선 개편은 2026년 1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버스회사에 비용 절감을 요구하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소외지역의 서비스 질이 더욱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제일 밑자락에 철도가 깔리고 그 위에 경전철, 간선·지선 버스에 마을버스까지 촘촘히 운영하게 될 것”이라며 “노선만으로 전부 해결할 수는 없다. 소외지역에는 자율주행버스나 DRT 등을 투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재정, 공공성, 서비스 혁신을 위해 지난 1월부터 버스조합 등 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 노선 전면 개편 및 사전확정제도 실시를 위한 제도 정비도 추진할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준공영제 20년을 맞이해 추진하는 재정, 공공성, 서비스 세가지 혁신 달성으로 시민이 일상에서 편리함을 느끼고 만족할 수 있는 든든한 교통복지를 실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서울시내버스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