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앱 대신 ‘주제’ 바꿔 택시업계 달래기 나선 4차산업혁명위원회

by김현아 기자
2018.02.06 11:44:3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위원장 장병규)가 경직된 규제로 신시장 및 산업 창출의 애로가 있는 부분을 찾아 사회적 공론화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규제혁신 해커톤’에 택시 업계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해커톤 주제를 바꿨다.

당초 서울시와 국토부의 경찰 고발로 불거졌던 ‘라이드쉐어링(카풀앱, 승차공유)’ 문제를 논의의 테이블에 올리려 했지만, 택시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4차 산업혁명과 택시 산업 발전 방안’이라는 보다 넓은 주제로 다음 달 해커톤을 열기로 한 것이다.

4차위는 지속적으로 택시 업계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방침이나, 택시 업계의 참여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장석영 4차위 지원단장은 6일 “차기 해커톤에서는 택시업계와 논의한 대로 ‘4차 산업혁명과 택시 산업 발전 방안’으로 주제를 변경해 기술·환경 변화를 고려한 전반적인 교통서비스의 질 제고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1일 천안 우정공무원 연수원에서 2차 해커톤에 앞서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기 해커톤(제3차 해커톤)은 잠정적으로 3월 15일부터 16일까지 ‘끝장 토론’이 예정돼 있다.

그런데 지난 2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가 해커톤에 참여하기로 했다가 불참을 통보한 바 있다.

장 단장은 “죄송스런 말씀이나 보도 과정에서 승차공유 문제가 언급되면서 택시 업계가 오해하신 것 같다”며 “택시 업계가 참여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택시업계가 참여하는 차기 해커톤은 택시 단체들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ICT 관련 단체, 시민단체, 연구계, 관계부처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화두 중 하나가 자율주행차와 승차 공유 문제여서 토론 과정에서 아예 언급되지 않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대해 장 단장은 “큰 주제 안에 (승차공유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오갈 수는 있다”면서도 “주체 자체를 한정하지 않고, 좀 더 광범위하게 잡아 정부에 바라는 게 뭔 지 등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택시업계에서는 해커톤에 참여하더라도 승차공유 문제는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끝장 토론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지 불안한 게 사실이다.

4차위가 지나치게 택시 업계에 끌려다니는 만큼, 국회에 공을 넘기거나 국토부가 법령 해석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장석영 단장은 “비판은 달게 받겠다”면서도 “해커톤의 취지가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 입장을 표명하고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답을 내면 좋지만 참여자들이 자기 생각을 상대방에 전달할 수 있고, 합의를 이끌어 가는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