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 탄생 120주년 기획전…소설 '해바라기' '금반지' 첫공개

by채상우 기자
2017.11.27 14:38:48

'해바라기' 염상섭의 첫 창작집으로 밝혀져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횡보(橫步) 염상섭 탄생 120주년 기념 전시에 첫 공개한 ‘해바라기’(1924)(사진=채상우 기자)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횡보(橫步) 염상섭(1897~1963) 탄생 120주년을 기념해 그의 일생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28일부터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소설 ‘해바라기’다. ‘해바라기’는 한국 최초 화가인 나혜석의 삶을 모티브로 삼았다. 당대 주요 관심사였던 자유연애와 신여성의 결혼문제를 그렸다. 1924년 출간한 이 소설은 염상섭의 첫 창작집으로 확인됐다. 이전까지 염상섭의 첫 창작집은 ‘만세전’으로 알렸으나 국립중앙도서관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해바라기’가 이보다 10일 전에 출간할 것을 확인했다. ‘해바라기’를 일반에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황석영 작가가 뽑은 한국 명단편 중 하나인 단편 ‘전화’가 수록된 소설집 ‘금반지’(1926)도 이번에 처음 전시한다. ‘금반지’는 관념의 세계에 갇힌 불안하고 우울한 식민지의 일상과 현실을 사실주의적으로 비춘다. 잘 알려진 ‘전화’는 근대적 문명인 전화기의 도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식민지 부르주아의 일상과 풍속을 그렸다.



‘금반지’를 통해 엿볼 수 있듯 염상섭은 일제시대와 6.25 전쟁을 겪으며 제국주의·자본주의·사대주의 등 근대 주류 권력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횡보(橫步) 염상섭 탄생 120주년 기념 전시에 첫 공개한 ‘금반지’(1924)(사진=채상우 기자)


이종호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겸임교수는 전시에 앞서 27일 “횡보는 자연주의, 사실주의 작가로 알려졌으나 궁극적으로 추구한 이념은 민주주의”라고 강조하며 “제국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같은 근대의 주류적 권력과 끊임없는 불화와 긴장을 형성하면서 평생에 걸친 글쓰기를 통해 기존의 지배질서와는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비판적 시선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소설가이면서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그의 삶의 자취도 확인할 수 있다. 염상섭이 썼던 타자기와 계약서, 원고지함, 육필 원고 등을 전시한다. 전시는 2018년 2월 25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