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독감백신 등장..'녹십자 독주' 지각변동예고

by천승현 기자
2014.12.30 14:50:01

GSK·SK케미칼, 4가·세포배양 백신 허가
일양약품, 백신 생산 확대 예고
녹십자도 차세대 백신 준비.."장기사용 제품력 인정"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녹십자(006280)가 독주하는 독감백신 시장에서 경쟁구도가 재편될 조짐이다. SK케미칼(006120)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가 기존제품보다 진보된 백신을 앞세워 녹십자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양약품(007570)도 호시탐탐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6일 GSK의 ‘플루아릭스테트라프리필드시린지’, SK케미칼의 ‘ 스카이셀플루프리필드시린지’ 등 2종의 독감백신을 시판승인했다. 이들 제품은 기존의 독감백신보다 발전된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모델이다.

GSK의 새 독감백신은 국내 최초의 4가 백신으로 한번의 주사로 4가지 독감바이러스 면역력을 확보하는 제품이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독감백신은 모두 3가 백신이다. 일반적으로 3가 독감백신으로도 충분한 면역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독감 바이러스 변이로 인한 대유행 등에 대비하기 위해 4가 독감백신 접종이 권고되는 추세다.

4가백신이 기존의 3가백신보다 제품력에서는 월등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독감백신을 접종받고도 독감에 걸릴 확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GSK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총 5차례 3가 백신에 포함된 바이러스주와 실제 유행 바이러스주가 일치하지 않는 미스매치(mismatch)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의 독감백신은 국내 최초, 세계 3번째로 세포배양 방식을 적용한 제품이다. 세포배양 백신은 유정란이 아닌 동물 세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백신을 생산한다.

SK케미칼 관계자는 “확보한 유정란의 양에 따라 생산량이 좌우되는 기존 생산 방식과 달리 세포배양 백신은 단기간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조류 독감과 같은 외부 오염에도 안전해 긴급 상황을 대비한 차세대 백신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만약 내년에 조류인플루엔자의 대유행으로 유정란 백신의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경우 SK케미칼 입장에선 단기간 대량생산으로 시장을 장악할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SK케미칼은 세포배양 방식을 적용한 4가백신도 현재 개발중이다.

내년 초까지 유통되는 독감백신은 이미 생산·승인이 완료돼 이번에 허가받은 독감백신은 내년 하반기부터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녹십자 독감백신
국내 독감백신 시장 1위를 수성중인 녹십자 입장에선 강력한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지난 2009년 국내 최초로 독감백신을 개발한 녹십자의 올해 백신 유통량은 약 800만도즈로 전체 유통분 1900만도즈의 42%를 차지한다. 녹십자는 새로운 백신의 반격에 대비해 4가백신과 세포배양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중이지만 내년 허가 여부는 미지수다.

녹십자 관계자는 “2009년 이후 수천만도즈를 판매하면서 독감백신 생산 기술력이 축적됐고 안전성도 입증됐다”며 품질에 자신감을 보였다.

녹십자는 세계에서 4개 업체만 획득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독감백신 사전적격인증(PQ)을 보유하고 있다. 올 상반기 WHO 산하기관이 실시한 독감백신 입찰에서 3800만달러 규모를 수주하는 등 총 420억원 규모의 독감백신을 수출했다.

여기에 일양약품도 내년에는 독감백신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2011년 국내 두 번째로 독감백신 공장을 준공한 일양약품은 지난해 35만도즈에 이어 올해 170만도즈 가량을 생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