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M&A시장..애간장 타는 동부

by정태선 기자
2013.12.09 15:59:55

동부메탈, 제철 인천공장, 당진항만..인수전 흥행 '별로'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업체, 인수여력 없어

동부제철 인천공장 모습. 동부제철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동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철강사업 부문에 알짜배기인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등을 매물로 내놨지만 매각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내 인수 후보 기업조차 장기 불황 속에서 선뜻 인수에 나서기 어려운 데다 정부가 ‘신규순환 출자금지’까지 추진하고 있어 운신 폭이 크지 않은 탓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매각대금이 70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동부메탈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이 꼽히고 있다.

동부메탈은 합금철분야에서 세계 2위에 올라 있는 기업으로 포스코가 인수하면 정련 합금철 부분의 수직 계열화가 가능하다. 특히 포스코는 지난 2010년 동부메탈 지분 10%를 981억원에 매입하면서 2대주주에 올라 인수후보 1순위로 꼽혀왔다.

하지만 포스코는 최근 계열사를 줄이고 부채비율 낮추는데 주력하고 있고, 회장 교체 시기까지 겹쳐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 건에 관해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시기다. 동부메탈이 경쟁사인 현대제철이나 대만의 차이나스틸 등 경쟁사로 넘어가면 포스코가 보유한 동부메탈 지분을 계속 갖고 있을 이유도 없지만, 처분하기엔 매입 당시 가격보다 크게 떨어져 관망하고 있는 입장이다.

인수후보로 꼽히는 현대제철(004020)도 옆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 작업 마무리가 최우선 순위인 데다 잇따라 발생한 산업재해 등으로 내부 점검에 한창이다.



동부제철(016380) 인천공장도 마찬가지로 당장 인수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공장은 설비가 노후화됐지만 연간 700억~800억 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배기로 인수 기업은 건재용, 가전용 강판 및 파이프 등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할 수 있다. 인수 후보군 역시 포스코, 현대제철이 꼽히는 가운데 유니온스틸(003640) 등이 물망에 올라있다. 그러나 유니온스틸은 영업 외적인 재무구조 개선안을 내놓지 않으면 체력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어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장부가는 6763억 원으로 공장 전체를 팔면 매각가는 70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부제철의 당진항만운영사업 매각도 다소 차질을 빚고 있다. 동부제철은 당진항만을 물적분할했고, 이를 양도해 3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방침이지만 애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현대제철과의 협상이 깨지면서 지금은 휴스틸(005010)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적기에 유동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한 만큼 현재로서는 매각과 관련 국내업체 뿐 아니라 해외 매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사모투자펀드(PEF)도 3000억 원 이상 되는 대형 매물에 달려든 경험이 적어 결국 외국계 기업이나 PEF에 팔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