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곡물값 올해도 `날개`..유가 100弗은 못갈 듯
by김기훈 기자
2011.01.03 15:16:07
원자재·곡물값 상승세 유지
이머징 수요 + 투기 + 기상이변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지난해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 회복과 함께 고공행진을 펼쳤던 글로벌 상품가격이 올해도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재정난 해소에 시일이 필요한 만큼 안전자산으로서 상품시장을 찾는 투자 수요가 유지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자재와 농산물 등 주요 상품에 대한 수요가 여전하다며 당분간 상품 가격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19개 주요 상품가격의 추이를 종합한 다우존스 UBS 상품지수는 전년대비 16.8% 올랐다. 2009년에도 19%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 새 무려 37%가량 뛴 것.
| ▲ 2010년 금·은 가격 추이(출처:W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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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가격은 전년대비 30% 가까이 오른 1421.10달러로 마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면화와 원당은 금융 위기의 시발점인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 수준을 웃돌았다. 국제유가 역시 90달러를 돌파한 채 한 해 장을 마쳤다.
상품가격 랠리는 중국을 필두로 한 이머징 국가들의 급성장에 기인한다. 이들 국가는 경기 회복이 본격화된 작년 초부터 상품 수요를 급격히 늘리면서 수급 우려를 키우고 있다.
헤지펀드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투기 수요 역시 상품가격 급등의 원인이다. 미 경제의 더딘 회복과 유럽 재정 위기 등 금융 위기의 잔재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상품시장에 유동성을 쏟아 붓고 있다. 바클레이즈캐피탈에 따르면 지난해 기관투자자들의 상품시장 투자 금액은 6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WSJ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 귀금속과 농산물, 에너지 등의 상품가격이 추가 상승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플래티늄과 함께 자동차 부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팔라듐의 경우 올해 부족분이 20만온스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팔라듐 공급 부족 사태는 10년 만에 처음이다.
러시아의 가뭄과 파키스탄의 홍수 등 주요 곡물 생산국가를 덮친 기상이변은 곡물값 상
| ▲ 2010년 면화·옥수수 가격 추이(출처:W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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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세를 부추길 전망이다. WSJ는 곡물값의 상승 움직임에 투자자들과 각국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수확량 저하가 예상되는 만큼 곡물값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해 15% 가량 상승하며 현재 배럴당 90달러 초반에서 거래 중인 유가의 경우 시장의 우려처럼 100달러 선까지 치솟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로이터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유가는 8% 가량 상승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폭등세를 나타냈던 2008년의 전례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유국들의 원유 정제능력이 당시보다 좋아진 만큼 필요할 경우 산유량을 늘릴 준비가 돼 있는데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유가의 추가 상승 시 가격 안정을 위해 생산량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