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삼우 기자
2007.06.27 22:50:19
[이데일리 김삼우기자] 울산 현대가 9년 만에 컵 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1.5군으로 나선 FC 서울이 전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울산은 27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삼성 하우젠컵 2007 결승에서 양동현의 선제골과 박동혁의 천금같은 결승골로 FC 서울을 2-1로 눌렀다. 울산이 컵 대회 우승 트로피를 치켜 들기는 지난 1998년 이후 9년만이었다.
양팀 모두 차 포를 떼고 맞붙는다는 점에선 같았다. FC 서울은 박주영 등이 부상, 이청용 기성용 등은 청소년 대표 차출로 빠졌고 울산은 이천수와 우성용, 오장은 등이 아시안컵 대표팀에 차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백의 크기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주전들이 빠졌다 해도 이날 울산의 스타팅 멤버는 절반이 넘는 7명이 전 국가대표 출신. 반면 FC 서울은 시즌 개막때 구성했던 베스트 11 가운데 김병지 최원권 아디 김은중 등 고작 4명이 남아 있었다. 이름값으로 따지면 울산이 질 수가 없는 경기였다.
초반에는 쉬웠다. 전날 김정남 감독이 결승에서 골을 넣을 것이라고 단언했던 양동현이 전반 시작 3분 만에 이종민이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FC 서울 수비 뒷공간을 노리고 찔러준 크로스를 골에어리어 정면에서 왼발슛, 선제골을 터뜨렸다. 양동현은 3분 뒤에는 헤딩슛으로 상대 골대를 때렸다. 김 감독의 기대에 그대로 부응했고 경기는 울산의 낙승 분위기로 흐르는 듯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기선을 잡았다고 판단한 울산이 공격의 고삐를 늦추자 FC 서울의 1.5군들이 투지를 발휘하면서 검질기게 따라 붙었다. 수비수 아디까지 공격에 가담하며 안간힘을 다했다.
전반 인저리 타임, FC 서울이 기어코 동점골을 잡았다. FC 서울이 잘 했다기 보다 울산의 수비수 박동혁이 문전으로 크로스된 볼을 엉겁결에 손으로 쳐내 페널티킥을 내줬다. ‘샤프’ 김은중이 침착하게 차넣어 스코어는 1-1. 흐름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제는 FC 서울이 오름세였다. .
반면 울산의 박동혁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 했다. 전반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갈 때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후반 FC 서울은 아껴뒀던 장신 스트라이커 심우연을 투입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더욱 거세게 울산을 압박해 들어왓다. 박동혁으로선 조바심이 날 만했다.
하지만 후반 18분, 드라마틱한 골을 박동혁이 뽑아냈다. 현영민이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찬 프리킥을 공격에 가담한 박동혁이 다이빙 헤딩슛, FC 서울 골네트를 가른 것이었다. 지옥에 떨어졌다 천당으로 다시 솟아오른 순간이었다. 팀도 마찬가지였다.
FC 서울은 보기에 안쓰러웠다. 주전들의 공백도 공백이었지만 새로 투입된 2군들과 기존 선수들간에 호흡이 맞지 않아 세뇰 귀네슈 감독, 이영진 코치는 경기 내내 선수들의 위치를 잡아 주느라 바빴다. 특유의 세밀한 패싱 플레이는 기대할 수도 없었다.
다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로 버텼다. 다시 리드당한 상황에서도 김은중이 신예 심우연과 함께 울산 골문을 쉴새없이 노렸고 귀네슈 감독은 32분께 정상 컨디션이 아닌 정조국까지 투입, 역전을 노렸다.
후반 37분에는 김은중의 헤딩슛이 울산 골크로스바를 때리는 결정적인 찬스까지 맞았다. 그러나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