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세타2 엔진 보증연장으로 차별 논란 잠재운다

by김보경 기자
2016.10.12 11:51:51

美와 동일하게 10년 19만km로 보증기간 연장
“국내 차량 장착 엔진 문제없다” 입장 변화없어 리콜은 안해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제작결함 논란이 있는 세타2 엔진을 장착한 국내 차량의 보증기간을 미국과 동일하게 연장하기로 했다. 국내 차량에 장착한 엔진은 미국과 달리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지만 내수차별이라며 악화되고 있는 여론을 달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에서처럼 리콜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세타2 2.4 GDi·2.0 터보 GDi 엔진을 장착한 차량의 엔진(숏 블록 어셈블리) 보증 기간을 기존 5년 10만㎞에서 10년 19만㎞로 연장한다고 12일 밝혔다.

대상 차량은 현대차(005380) 쏘나타(YF), 그랜저(HG), 기아차(000270) K5(TF), K7(VG), 스포티지(SL) 등 총 22만4240대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생산·판매한 2011∼2012년식 쏘나타의 리콜을 시행하고, 2011∼2014년식 쏘나타의 보증기간을 10년 10만마일에서 12만마일로 연장했다.

최근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도 세타2 엔진 장착차량이 있는데 보증기간 연장을 하지 않는 것은 내수 차별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국토교통부도 지난 4일 세타2 엔진 제작결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입장은 단호했다. 현대차는 자사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미국 세타2 엔진 결함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 2011~2012 쏘나타에만 해당하는 문제”라며 “국내 차량은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곽진 현대차 부사장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세타2엔진 논란에 대해서 “동일한 차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외와 국내 동시에 리콜을 실시한다”며 “하지만 (세타2엔진은)미국에서 생산된 엔진의 경우 미국 내에서 발생되는 부품업체 작업자들의 숙련도 부족이 원인으로 국내 엔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2일 현대차는 보증기간 연장을 전격 결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타2 엔진 차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은 그대로지만 보증기간을 연장한 것은 고객 관점에서 결정한 것이며 향후에도 모든 사안을 계속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 미국 법인도 현지에서 동일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기존 보증기간이 종료돼 유상으로 수리한 고객에 대해서는 수리비·렌트비·견인비 등에 대해 전액 보상키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리콜은 실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타2 엔진 결함은 미국에 한정된 것이기 때문에 북미지역을 제외한 국내 및 다른 일반지역에서는 리콜을 하지 않고 지속적인 품질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며 “보증기간 연장도 국내 차량 엔진에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