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철밥통에 메스…내년부터 전직원 성과연봉제 도입
by김동욱 기자
2016.02.01 11:29:22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올해 말부터 기업은행을 포함한 9개 금융공공기관은 성과연봉제 방식이 도입된다. 최하위 직원과 기능직 직원을 뺀 모든 직원이 적용받는다. 직원 개인의 업무성과에 따라 보수와 승진이 결정되는 것이다. 전체 연봉에서 성과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성과연봉 비중은 기존 10% 안팎에서 30% 이상으로 확대된다. 앞으로 개인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직급이 같더라도 받는 연봉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이런 성과주의 체계를 금융공공기관부터 우선 도입하고 민간 시중은행들은 뒤따라오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1일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공공기관 성과주의 정착 방안을 내놨다. 올해 ‘성과주의’ 도입을 올해 금융개혁 1순위로 정한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핵심은 그동안 연공서열에 따라 결정된 보수와 승진과 같은 보상체계를 개인의 업무성과와 연동하겠다는 것이다. 대상은 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주택금융공사·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예탁결제원 등 9개 금융공공기관이다.
금융위는 금융기능을 수행하는 금융공공기관의 특성을 고려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성과연봉제 권고안’보다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했다. 우선 최하위 직급과 기능직을 뺀 전 직원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 기존 능력과 관계없이 매년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방식은 폐지한다. 현재 10% 안팎의 성과연봉 비중은 내년까지 30% 이상으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최고등급과 최저 등급 간 성과연봉 차이가 최소 2배 이상 나도록 했다. 내년부터 이들 기관 직원들은 업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성과연봉을 제대로 받지 못해 직급은 같아도 전체 연봉은 뒤처지는 셈이다.
간부직은 올해 말부터 전체 연봉의 최고·최저 간 차이가 20~30% 이상 나도록 했다. 책임자급인 3·4·5급 비간부급은 단계적으로 최고·최저 등급 간 전체 연봉 차이가 20% 이상 벌어지도록 했다. 당국이 제시한 ‘성과주의’는 기본적으로 직원 개인의 업무성과와 집단 평가를 함께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개인 평가가 아닌 지점이나 부서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성과급제를 갖추고 있다. 일하지 않는 베짱이 직원이 얼마든지 지점 실적에 묻어가는 무임승차가 가능해 당국은 집단평가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는 오는 3월 중으로 제도 개선안 마련을 위해 노사 공동으로 TF(테스크포스)를 꾸린 뒤 노사간 합의 도출을 거쳐 연내 규정 개정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또 올해 중 보수·인사 시스템을 정비하고 성과연봉 비중 30% 확대 방안은 내년 말까지 도입한다. 정부는 성과주의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 예산을 차등 집행할 방침이다. 총 인건비의 1%를 인센티브 예산으로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매년 2% 임금이 오른다고 가정할 때 1% 인센티브를 10년간 받지 못한 금융기관 직원은 전체 연봉이 900만원가량 깎인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성과중심 문화는 반드시 가야 하고 갈 수밖에 없는 방향”이라며 “금융공공기관은 그저 ‘무사안일한 고임금 분야’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공공기관의 1인당 평균 연봉은 8525만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공공기관 평균 연봉이 6296만원인 걸 고려하면 공공기관 중에서도 금융공공기관의 연봉이 높다. 민간 금융업 전체 평균 5849만원과 비교하면 1.4배 높고 민간 은행(8800만원)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연봉은 높지만 성과에 따른 보수·인사시스템은 미흡하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1·2등급 간부직에 한해서만 성과연봉제가 도입돼 있을 뿐 3·4·5등급 비간부직은 호봉제를 따르는 게 대부분이고 연봉제를 갖춘 기관 역시 기본연봉이 매년 자동으로 올라 ‘무늬만 연봉제’를 갖추고 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특히 캠코, 예보, 수은, 기은의 경우 성과보수 차등폭이 1.6배 이하여서 사실상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아도 최고등급을 받은 직원과의 연봉 차이는 거의 나지 않는 구조다.
승진대상자를 가를 땐 객관적·합리적 평가시스템을 따르는 게 아니라 승진대상자에게 높은 고과를 부여하는 등 나눠먹기식·온정적 인사 관행이 크게 작용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금융위는 금융공공기관에 더 엄격한 성과주의 기준을 적용한다. 금융공공기관은 전체 연봉에서 성과연봉이 차지하는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고 최고등급과 최저등급 간 전체연봉 차이도 20~30% 벌어지도록 했다.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은 “금융공공기관은 높은 보수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혁신성과 전문성을 선도적으로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