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계절' 왔다…갑자기 사라진 민생 현안들

by김정남 기자
2015.10.01 13:58:44

여야 총선 '밥그릇 싸움' 본격화…민생현안 일거에 표류
노동개혁 동력 잃을 위기…국정감사 후반기 '최악' 우려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왔다. 내년 총선 주도권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파동’이 여의도 정가를 강타하고 있다.

4년마다 반복되는 정치권의 공천 다툼이 이례적인 건 아니다. 그럼에도 ‘밥그릇 싸움’에 죽기살기로 달려들다 보니 모든 민생현안들이 일거에 표류해버린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여권이 한목소리를 냈던 노동개혁 입법이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고, 가뜩이나 ‘졸전’이었던 올해 국정감사가 후반기 들어 더 시들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들로부터 표(票)를 받는 정치인들이 정작 국민들이 꺼려하는 과열된 정쟁을 할 경우 정치불신은 더 커질 수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로서 민주정당에서 어떤 비판도 수용하지만 비난하지는 말라”면서 “없는 사실로 비난하고 왜곡하면 당만 분열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번 파동의 중심에 서 있다. 그의 발언은 여야 대표간 안심번호 공천제 합의를 두고 친박계(친박근혜계)와 청와대의 질타가 지나치게 도를 넘었다는 불만의 표시로 읽힌다.

김 대표는 노동개혁 등 박근혜정부의 4대개혁 추진에 있어 맨 앞에 서왔다. 당 관계자는 “공무원연금개혁도 그렇고 노동개혁도 그렇고, 당이 나서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부와 청와대보다 당의 역할이 더 컸다는 것이다.



문제는 김 대표가 친박계에 불만을 갖기 시작할 경우다. 입법을 총괄하는 원유철 원내대표와 당 노동선진화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인제 최고위원 등이 청와대와 거리가 가깝긴 하지만, 김 대표가 적극 나서지 않으면 개혁의 동력은 그만큼 줄어들 게 뻔하다. 여권 노동개혁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회 테이블에 올라온 노동문제 논의가 사라질 수 있다는 건 더 큰 문제다.

상황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김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하려고 연일 전화테러도 당했다”면서 “지금도 노동 개혁을 위해서 여러가지 노력을 했다. 연일 힘겹게 싸우고 있다”면서 서운한 감정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올해 국감은 이미 맥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 모두 후반기 국감에서 ‘한방’을 보여주겠다며 벼르고 있지만 정작 ‘선수’인 국회의원들의 시선은 내년 총선에만 모아져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마음은 콩밭에 가있는데 정책에 집중이 되겠느냐”고 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올해 국감은 역대 최악인 것 같다”고 했다.

여권이 몇년째 강조해온 경제활성화 법안도 처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과 관광진흥법 개정안,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 역시 김무성 대표가 공개 회의 때마다 통과를 촉구해왔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역대 대통령들이 퇴임 이후의 안전과 영향력을 위해 자기세력을 극대화하려 했는데 의지대로 되는 경우가 없다”면서 “차라리 국민들을 상대로 한 민생정치가 민심을 얻는데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