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매물로 나온 英 국민 편의점에 글로벌 PE들 군침

by김연지 기자
2025.03.06 12:20:58

서적·음료·여행용품 판매하는 WH스미스 M&A 시장으로
도심 중심의 하이스트리트 사업부 몸값만 3000억 안팎
저렴한 매각가·신규 성장 기회에 英·美·加 투자사들 눈독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영국의 국민 편의점 WH스미스가 도심과 쇼핑몰을 중심으로 하는 하이스트리트 사업부 매각에 나선 가운데 글로벌 투자사들의 관심이 뜨겁다. 상대적으로 매각가가 저렴하고 브랜드 리뉴얼을 통한 신규 성장 기회가 뚜렷하게 보인다는 점에서 세계 5대 사모펀드운용사 산하 리테일 투자사부터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운용사까지 골고루 인수전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6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영국 WH스미스는 하이스트리트 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 대상은 영국 도심과 쇼핑몰에 위치한 WH스미스 매장 500여 곳으로, 매각가는 비공개다. 다만 현지 자본시장에서는 WH스미스의 하이스트리트 사업부가 연간 5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다는 점에서 몸값이 최소 2200억원에서 3000억원 수준을 맴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792년 설립된 WH스미스는 책과 문구, 신문, 잡지, 음료, 간식, 여행용품을 종합적으로 판매하는 영국의 국민 편의점이다. 우리나라 편의점과 달리 서적과 신문, 잡지를 주요 판매 물품으로 하며, 신문과 잡지 소비율이 높고 하이스트리트 중심의 쇼핑 문화가 뿌리내린 영국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브랜드로 통한다.

WH스미스는 공항과 기차역, 병원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트래블 리테일’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하이스트리트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면서 하이스트리트 매출이 정체된데다가 상점들이 번화가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비용 부담이 증가하면서 사업부의 메리트가 사라진 것이다.



특히 WH스미스가 트래블 리테일 부문에서 하이스트리트 대비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은 WH스미스의 이번 전략에 힘을 싣는다. 실제 지난 2023년 회계연도 기준 WH스미스의 트래블 리테일 사업부는 22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반면 하이스트리트 사업부는 540억원을 이익을 냈다. 필수품을 급하게 구매하는 여행객들에게는 동일한 상품이더라도 하이스트리트 매장 대비 높은 마진으로 판매할 수 있는데다 비싼 임대료를 내더라도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돈값’을 한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현재까지 WH스미스 M&A에 눈독을 들이는 곳으로는 영국의 사모펀드운용사 모델라캐피털과 미국 아폴로글로벌 산하의 리테일 전문 사모펀드운용사 알테리, 캐나다 리테일 전문 투자그룹 더그풋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번 M&A에서 WH스미스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음에도 WH스미스 측과 적극적으로 협상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이스트리트 사업부가 큰 수익을 내지 못함에도 이들이 이번 인수전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각가 △브랜드 리뉴얼을 통한 신규 성장 기회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 개선 가능성 △기존 리테일 포트폴리오사와의 시너지 창출 가능성 등으로 압축된다. 중장기적으로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온라인 판매를 강화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기에 적합한 매물이라는 것이다.

현지 자본시장에서는 캐나다 더그풋먼의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는 모양새다. 파산 위기에 처한 리테일 브랜드의 온·오프라인 사업을 고루 부활시킨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다. 현지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캐나다 토이저러스와 베이비저러스, 음악 리테일샵 선라이즈레코드를 부활시킨 더그풋먼은 지난 2019년 파산 위기에 처했던 영국 최대 음반 소매체인 HMV를 인수한 바 있다”며 “온라인 스트리밍 시대에도 오프라인 매장에 차별화된 소비자 경험을 선사하면서 성공적으로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WH스미스 하이스트리트 사업부에 가장 필요한 전략은 바로 이러한 오프라인 강화”라며 “(더그풋먼이 인수에 성공한다면) 기존 브랜드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이커머스 연계, 차별화된 매장 경험 등으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리뉴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