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SKT, '펭귄' 업고 글로벌 AI데이터센터 공략…"AI생태계 완성"
by김현아 기자
2024.07.16 13:17:54
SKT, 미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기업 SGH 2억弗 투자
‘펭귄’ 브랜드로 매출의 52%를 버는 SGH
글로벌 AI 생태계 완성 위한 전략적 행보
[이데일리 김현아 IT전문기자] SK텔레콤(017670)이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통합 솔루션 대표 기업인 ‘스마트 글로벌 홀딩스(SGH)’에 2억 달러(한화 약 2800억원)를 투자했다. 이번 투자로 SKT는 SGH의 지분 약 10%를 확보했고, 앞으로 AI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이 매년 16%씩 성장하는 가운데, AI 클러스터를 설계·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의 지분을 확보해 AI칩에서 AI인프라, AI서비스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완결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앨토스에서 유영상 SKT CEO(왼쪽에서 다섯번째)와 마크 아담스 CEO(왼쪽에서 여섯번째)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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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SKT가 지분 10%를 확보한 SGH는 지능형 플랫폼 솔루션(IPS), 메모리 모듈, LED 솔루션즈 등 3개 자회사를 두고 있는 나스닥 상장사다. 2023년 SGH는 14억 달러(약 1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 중 약 52%는 AI 데이터센터 통합솔루션 사업을 하는 IPS에서 발생했다.
SGH는 원래 삼성전자(005930)의 메모리 모듈 개발사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로 구성된 AI 클러스터를 설계·구축·운영하는 IPS가 핵심 사업이다. IPS는 펭귄 솔루션즈(Penguin Solutions)와 펭귄 엣지(Penguin Edge)라는 두 개의 브랜드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의 한 반도체 설계기업 대표는 “SGH는 2023년 메타 데이터센터에 GPU 1만6000개 규모의 ‘리서치 슈퍼 클러스터(Research Super Cluster)’를 구축한 바 있는데, 이는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AI 클러스터로 주목받았다”면서 “이번 SKT 투자 역시 IPS 사업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펭귄 솔루션즈는 지난 7월 미국 차세대 GPU 클라우드 회사인 볼티지 파크(Voltage Park)의 엔비디아 클러스터 관리 서비스 파트너로 선정됐고, 최근에는 GPU 2만4000개 규모의 AI 클러스터 운영 업체로 선정되며 다시 한번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역량을 입증했다. 2023년에는 엔비디아 DGX-Ready Managed Services 파트너 인증을 받았으며, 2022년에는 새로운 클라우드 네이티브 HPC/AI 컨트롤 플레인을 출시하고 구글 클라우드와 파트너십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이번 투자에 대해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려면 GPU나 신경망처리장치(NPU) 뿐만 아니라 서버, 메모리, 스토리지, 네트워크의 효율적 구성과 연결이 중요하다”며 “SKT가 투자한 SGH는 이러한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회사다. SKT는 궁극적으로 AI 반도체도 직접 다루려 할 텐데, 이번 인수를 통해 생태계를 완성하려는 것 같다. 당장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에서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유영상 SKT 대표는 AI칩-AI인프라-AI서비스로 구성된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AI칩 분야에서는 추론용 NPU업체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을 추진 중이며, SK하이닉스(000660)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도 시너지를 높인다. AI인프라 분야에서는 람다(GPU as a Service)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이번에 SGH에 2억 달러를 투자했다. AI서비스 분야에서는 오픈AI의 대항마인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사 앤트로픽에 1억 달러를 투자했고, AI 검색업체 퍼플렉시티에 10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합작법인 설립 본계약도 체결했다.
SKT는 이번에 투자한 SGH와 AI 데이터센터, 엣지 AI, 미래 메모리 솔루션 등 AI 인프라 사업 전반에 걸친 협력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또한 SKT의 데이터센터 관리 시스템, 액침냉각 등의 솔루션에 SGH의 AI 클러스터 구축·운영 역량이 더해지면 시너지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크 애덤스 SGH 최고경영자(CEO)는 “SKT가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우리는 SKT와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영역에서 전략적 협력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상 SKT CEO는 “스마트 글로벌 홀딩스에 대한 투자와 협력은 AI 인프라 밸류체인의 경쟁력을 공고히 다질 수 있는 기회”라면서 “AI 변혁의 시대를 맞아 선제적인 투자와 협력을 지속해 글로벌 수준 AI 인프라 사업 리더십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지난 6월 28일~29일 최태원 회장 주재로 주요 계열사 CEO 20여 명이 모여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SK텔레콤·SK브로드밴드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2028년까지 3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에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반도체위원회’도 신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