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왜 ‘아이폰14’ 1차 출시국서 빠졌나요?[궁즉답]
by김정유 기자
2022.09.22 15:13:19
‘아이폰14’ 16일 글로벌 출시, 韓은 10월 예상
매번 1차출시국 탈락, 국가별 특성·규모 따져
내수 작고 삼성 텃밭 한국, 애플에겐 ''후순위''
‘보안’ 예민한 애플, 韓 전파인증서 정보유출 우려
상호인정하면 해결, 그런데 韓은 협약 미체결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애플이 지난 16일 글로벌 시장에 신작 ‘아이폰14’ 시리즈를 공개했습니다. ‘프리미엄폰 시장의 강자’ 애플의 신작인 만큼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죠. 벌써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소비자들은 ‘아이폰14’ 구매 후기를 올리며 제품의 장단점 분석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아이폰14’의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애플이 한국을 1차 출시국으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심지어 2차 출시국에도 끼지 못해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에나 ‘아이폰14’ 실물을 보게 될 전망입니다. 24일 서울 잠실에 오픈하는 ‘애플스토어’ 4호점에 가도 ‘아이폰14’를 볼 수 없는 이유죠.
그렇다면 궁금증이 생길 겁니다. ‘왜 한국은 매번 애플의 1차 출시국에 들지 못할까’라는 의문이죠. 물론 민간 기업이 출시 국가나 가격을 책정하는 데 있어 나름의 기준과 철칙이 있을 겁니다.
예컨대 애플은 가격 책정 시에도 각 국가의 시장 규모, 소비자 특성 등을 고려합니다. 국가별 출시 일정도 마찬가지 이유로 보시면 됩니다. 한국이 1차 출시국에서 빠진 이유는 일본이나 중국만큼 한국을 큰 시장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애플은 전 세계 프리미엄폰 시장의 강자입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삼성전자의 텃밭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처럼 힘을 쓰지 못합니다. 올 1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22%에 불과합니다. 1위 삼성전자가 77%임을 감안하면 큰 격차죠. 내수시장 자체도 옆나라 중국, 일본보다 작고 삼성전자의 입김이 센 나라인만큼 애플에게 한국은 매번 ‘후 순위’였던 셈입니다.
더불어 애플의 지나친 비밀 유지 정책도 한몫을 합니다. 애플은 신제품 출시 전까지 모든 협력사들에게도 비밀유지 원칙을 내세워 사전에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엄격히 관리합니다. 한국에서도 국립전파연구원이 적합성 평가를 통해 국내에 판매되는 전자기기에 전파인증을 부여하는데요. 인증을 받은 모든 제품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됩니다. 때문에 애플이 한국을 1차 출시국으로 지정하게 되면 사전에 정보가 일부 공개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한국 시장에 아쉬울 게 없는 애플은 굳이(?) 한국을 1차 출시국으로 두지 않는 것이죠.
그렇다면 또 다른 의문이 듭니다. 미국, 일본, 유럽 등도 다 전파인증 제도를 시행하는데 한국만 1차 출시국에 들지 못하는 것이 어쩐지 이상합니다. 바로 국가간 인증을 공유하는 상호인정협약(MRA) 유무 때문입니다. 상호인정협약은 상대국에서 받은 인증을 인정해 자국서 별도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도록 해주는 제도입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이미 상호인정협약을 체결해 운용 중이죠. 예컨대 미국에서 FCC 인증을 받으면 유럽에서 별도 전파인증이 없더라도 판매할 수 있는 식입니다.
한국도 상호인정협약 확대에 노력하고 있는데요. 현재 미국과는 협약 1단계(2005년 체결)에 머물고 있습니다. 국립전파연구원 관계자는 “1단계는 시험성적서(인증을 위한 자료) 자체만 인정해주는 단계이고, 2단계는 상호간 인증 전반을 인정해주는 것이어서 우리도 2단계 협약 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상대국과의 이해관계 등이 맞물려 빠르게 진행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전반적으로 애플이 한국 시장을 중국이나 일본보다 우선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애플스토어’ 4호점을 내면서 한국 소비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애플. 앞으로 얼마나 한국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지 한 번 지켜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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