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침수' 포항제철소 복구 인력, 일당 125만원 맞나요? [궁즉답]
by박순엽 기자
2022.09.13 15:08:09
최저 시급 기준 꼬박 137시간 일해야 벌 액수
온라인상서 ‘사기 문자 아니냐’ 소동 빚기도
"추석 연휴에 하루 14시간 노동 상황 고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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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일당 125만원. 태풍 ‘힌남노’로 침수피해를 본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추석 연휴 기간 전기 시설물 보수를 담당할 기술자를 모집하는 문자메시지에서 내건 조건입니다. 문자메시지엔 인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제철소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문구도 함께 적혀 있었죠.
| 포항제철소 긴급복구를 위한 전기기사 구인문자 (자료=독자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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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담은 글이 온라인상에 떠돌자 ‘사기 문자 아니냐’는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문자메시지에 적힌 125만원은 올해 최저 시급 9160원을 기준으로 137시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액수로, 하루 일당치고 적지 않은 금액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근 언론 보도로 태풍 피해 복구 지원금이나 민생 회복 지원금 등을 미끼로 한 스미싱(문자 결제 사기) 주의보가 알려지면서 해당 메시지가 추석 연휴 기간을 노린 사기 수법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죠.
그러나 해당 메시지는 포항제철소 공단협의회 측이 발송한 게 맞았습니다. 제철소가 침수되면서 모터·차단기 등 공장 내 전기 시설물 보수를 담당할 기술자 다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추석 연휴가 이어지는 바람에 일당을 높게 책정한 것이었죠.
공단협의회가 내세운 일당 125만원의 조건을 맞추려면 지난 10~12일 추석 연휴 사흘간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 14시간을 꼬박 일했어야 합니다. 125만원은 연휴인 만큼 평소보다 일당이 150% 많고, 여기에 저녁 늦게까지 일한다는 점도 고려한 금액입니다.
이를 통해 연휴 기간 구인된 기술자는 하루 평균 300~500명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전기 시설 긴급 복구 작업에 나서 멈춰 섰던 고로와 일부 제강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게 하는 데 힘을 보탰고, 그 덕분에 포항제철소는 13일부터 철강 반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죠.
물론, 포항제철소 복구에 힘쓴 건 전기 기술자들만이 아닙니다. 회사·그룹사, 협력사, 관계 기관 임직원 등 연휴 기간 복구 작업에 나선 사람만 하루 평균 8000여명에 이릅니다. 누적 기준으로는 총 3만명에 달하는 인력이 포항제철소 복구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셈입니다.
| 1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연주공장에서 철강 반제품인 슬라브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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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압연(열과 압력을 가해 용도에 맞게 철을 가공하는 작업) 라인은 여전히 복구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철강 제조 공정은 제선-제강-압연 과정을 거치는데, 압연 라인 복구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철강 완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죠.
이 때문에 포항제철소 공단협의회 측은 연휴가 끝난 13일 이후에도 관련 인력을 모을 계획입니다. 연휴가 아니어서 일당은 50~60만원 수준으로 떨어지긴 하지만요. 공단협의회는 우선 순수 전기기술 인력 중심으로 복구 인력을 구성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입니다.
아울러 포스코는 복구 과정에서의 안전사고를 대비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즉각 해결하고자 사내 전문 기술자, 포스코 퇴직자, 그룹사·협력사 전문가, 기술 자문위원 등으로 이뤄진 기술지원팀과 안전 전담팀을 구성해 현장에서 지원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