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마저 넘은 동학개미에…대외금융자산 1조7천억달러 돌파

by원다연 기자
2020.08.20 12:00:00

한국은행 ''2020년 6월말 국제투자대조표''
거주자 대외 지분증권 투자 사상최대 증가
통화스와프에 단기외채 증가…예금취급기관은 감소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 규모가 1조7000억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폭락장 이후 일어난 주식 투자 열풍이 해외 주식으로까지 번진 영향이다. 2분기 단기외채비율은 전분기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이는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유입에 따른 것으로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이 외화 확보를 위해 단기차입을 크게 늘렸던 전분기에 비해 대외채무 안전성은 오히려 강화됐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0년 6월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6월말 현재 대외금융자산은 1조7401억달러로 지난 3월말과 비교해 674억달러 증가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가 크게 늘면서 대외금융자산 증가를 이끌었다.

올 1분기 대비 거주자의 증권투자는 638억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 가운데에서도 주식과 펀드 등을 포함하는 지분증권 투자가 572억달러로 사상 최대로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 3월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증시 폭락 이후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린 주식 투자 열풍이 해외 투자로까지 연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분기 외화주식 매수액은 241억달러 규모로 전분기(147억달러)와 비교해도 64% 가량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도 늘어나며 대외금융부채도 증가했다. 6월말 현재 대외금융부채는 1조1869억달러로 3월말대비 817억달러 증가했다. 외국인의 증권투자는 자본증권이 657억달러, 부채성증권이 160억달러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지분증권 투자는 국내주가가 회복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등의 비거래요인으로 증가하고 채권 등 부채성증권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며 전체 증권투자 증가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분기중 외국인의 국내채권 순투자는 약 13조6000억원 규모로 최근 5년간 연평균 순투자규모(약 4조5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대외금융부채가 자산보다 더 크게 늘며 순대외금융자산은 전분기대비 122억달러 감소한 5532억달러로 집계됐다.



△증권투자 자산 및 부채 현황. (자료=한국은행)
한편 순대외채권은 전분기대비 145억달러 감소한 4498억달러로 집계됐다. 2분기중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중심으로 대외채무가 대외채권보다 더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6월말 기준 대외채무는 전분기대비 172억달러 늘어난 5031억달러를 나타냈다. 단기외채가 한미 통화스와프에 따른 중앙은행의 현금및예금(111억달러)을 중심으로 57억달러 증가했고, 장기외채는 외국인의 국내 국·공채 투자에 따라 일반정부의 부채성증권(71억달러)을 중심으로 115억달러 늘어났다.

대외채무 증가로 대외건전성 지표로 꼽히는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7.6%로 전분기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또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의 비중 역시 30.7%로 전분기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한은과 정부는 2분기 대외채무 증가는 국내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통화스와프 자금 공급에 기인한 측면이 큰 만큼 외채건전성은 오히려 안정됐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일반정부(87억달러), 중앙은행(146억달러)의 대외채무는 증가한 반면 예금취급기관은 오히려 63억달러 감소해서다.

최진만 한은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통화스와프 체결로 예금취급기관의 단기차입이 한미 중앙은행간 채권-채무로 대체된 측면이 있는데 이는 대외채무 부담 측면에서 오히려 안정된 것”이라며 “아울러 단기외채비율과 단기외채비중 역시 과거 위기시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9년 9월말 단기외채비율은 78.4%, 단기외채비중은 51.7%에 달했다.

△단기외채비율 및 단기외채비중 추이.(자료=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