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 코로나19 대응 위한 경제회복기금 조성 제안

by방성훈 기자
2020.05.19 12:00:53

"EU공동기금 조성해 코로나19 피해 산업·국가 지원해야"
"대출만 가능"하다던 獨…보조금 지원으로 입장 선회
회원국 합의는 난항 예상…오스트리아 즉각 반대 표명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응방안과 관련해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독일과 프랑스가 코로나19에 따른 피해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5000억유로(약 667조원) 규모의 경제회복 기금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그동안 기금 조성 반대를 주도해 온 독일과 적극 지원을 호소해 온 프랑스가 뜻을 같이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화상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과 산업 부분을 돕기 위해 공동기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두 지도자는 EU집행위원회가 ‘EU 명의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차입·조달한 뒤 피해 국가나 부문에 지원하는 것을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실질적인 자금 지원(보조금)을 제안하고 있다”며 “신속한 합의를 추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U 회원국들은 그동안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채권 발행 등 다양한 방안들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남유럽 국가들과 북유럽 국가들 간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해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피해가 심각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적극적인 보조금 지원을 호소하는 반면, 피해가 적은 독일, 네덜란드 등은 부채 부담을 나눠 가질 수 없다면서 대출을 통한 지원을 주장해 왔다. 이후 국가들 간 분열이 심화되면서 EU가 해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불거졌다.



이에 EU를 주도하는 프랑스와 독일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두 정상은 남유럽 국가, 즉 피해 국가들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그러면서 다른 회원국들에게도 협조와 참여를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대출이 아닌 보조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이번 자금 조달로 혜택을 받게 되는 국가들은 상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EU의 공동 부채와 관련해 독일과 프랑스의 의견이 일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도 “유럽이 위기 국면에서 더욱 화합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기금이 필요하고 또 공정하다고 확신한다”고 거들었다. 이어 “평소와 같지 않은 작금의 위기 상황에선 평소와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제안은 유럽 경제가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의 규모를 인정하고, 유럽 예산을 중심으로 한 해결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대답하고 목적에 부합한,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평했다.

하지만 향후 나머지 회원국들의 합의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독일이 프랑스와 뜻을 함께 하기로 했지만, 보조금 지원에 강력하게 반대했던 네덜란드 등 다른 회원국들이 동의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오스트리아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반드시 대출이어야 한다. 우리 입장엔 변화가 없다”며 보조금 지원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