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다슬 기자
2013.08.05 17:40:23
[이데일리 정다슬 이도형 기자]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가정보원 원장이 국회 기관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열린 국정원 기관보고는 초반부에 약 1시간가량 공개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의혹을 지적했지만, 새누리당은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 등에 초점을 맞췄다. 논란의 당사자인 남재준 국정원장은 인사말 외에는 침묵으로 대응했다.
국정원 댓글 의혹사건 국조특위 위원장인 신기남 민주당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기관보고에서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국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까지 뒤흔든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신 의원은 “국민이 국정원의 개혁을 주도하고 개방을 할 수 있게 해달라”라고 요구했지만, 남 원장은 묵묵무답으로 응했다.
입을 다물던 남 원장이 입을 연 것은 이후 인사말에서였다. 그는 “저희 직원이 연루된 사건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매우 송구스럽다”며 사과를 했으나 “지난 대선 진위 여부를 떠나”라는 전제로 국정원이 대선 개입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또 “국정원은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북의 도발·위협에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업무 대부분이 비공개 사항이라 소상히 알릴 수 없었고 이는 때때로 의혹·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며 “현 정부를 시작으로 국정원 업무 개편이 이뤄지고 있고 획기적 인사시스템으로 외부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국회 차원의 국정원 개혁 제안에 대해서는 거부의사를 재차 밝혔다.
신기남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반론은 특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나왔다. 권 의원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했다는 의혹이 아직 확인되지 않는데 위원장 말씀은 검찰 기소를 확정된 것처럼 가정하고 있다”고 지적한 후 “민주당은 국정원 전·현직 직원을 매수하고 올바른 국가관을 갖고 성실히 일하던 국정원 여직원을 사흘간 불법 감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이 의도적으로 선거개입을 하려고 했으면 특정후보 지지가 많아야 하는데, 하루 5~6번 찬반클릭 횟수로는 의도적 활동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고 일부 직원 돌출행동이라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스스로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해 국정원의 자체개혁 쪽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야당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즉각적인 반박에 들어갔다. 정 의원은 “지난 대선은 국정원 조직적·계획적으로 개입한 데다 경찰청 허위 발표로 표심을 왜곡한 부정선거였다”며 그 근거로 대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의 대화록 낭독과 박근혜 당시 후보가 경찰 수사발표 전 TV토론에서 ‘댓글조작 없다’고 발언한 사실 등을 거론했다.
정 의원은 또 남 원장을 향해선 “사전·사후 회의록은 모두 (대통령기록관에) 넘겼는데 정작 대화록만 없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당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군참모총장이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도리는 저버리지말라”고도 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은 한 마디로 무소불위, 치외법권 왕국”이라며 “국정원 직원 비리가 있어도, 국기를 문란해도 국정원장의 허락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를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이 “지난 번 검찰의 압수수색 때 동의했느냐”고 묻자, 권 의원이 “답변하지 말라”고 가로막았고 남 원장도 “비공개회의 때 답변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