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사퇴카드 왜 꺼냈나

by이학선 기자
2012.04.18 18:39:33

"혼자선 물러날 수 없어" 압박카드
유진 "일고 가치 없다" 공동퇴진 일축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횡령과 배임 혐의로 해임 위기에 몰렸던 선종구 하이마트(071840) 회장이 `동반퇴진` 카드를 꺼냈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사퇴하면 같이 물러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유진그룹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동반퇴진 제의를 일축했다.

선 회장은 18일 `신속한 회사가치 정상화를 위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영업대표를 맡고 있는 자신과 재무대표를 맡고 있는 유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이사진을 새롭게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선 회장이 사의를 표명하며 표면적으로 내건 이유는 경영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다.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 사태를 풀자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선 회장이 회삿돈 2590억원을 횡령 및 배임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불구속 기소되자 지난 16일 하이마트 주식거래를 정지시켰다.
 
하지만 선 회장의 사의표명에는 조건이 붙었다. 각자 대표를 맡고 있는 유 회장도 함께 퇴진해야한다는 것이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하이마트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지만 대표이사직에선 사퇴하지 않은 상태다.

선 회장이 이런 조건을 단 것은 하이마트 이사회가 선 회장의 해임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마트는 오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선 회장 해임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현재 하이마트 이사회는 선 회장과 유 회장,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돼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사외이사들의 경우 유진측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선 회장이 이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해야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기류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유진그룹은 동반퇴진 제의를 일축했다. 유진그룹은 "선종구 대표는 말할 자격이 없는 입장"이라며 "동반퇴진에 대해 협의나 합의된 바가 없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한마디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선 회장의 사퇴표명은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공동으로 물러나는게 아니라면 선 회장 단독으로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결국 이날 선 회장의 사의표명은 `물러나겠다`가 아니라 `물러날 수 없다`는데 더욱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선 회장이 동반퇴진이라는 카드로 유진측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진흙탕 싸움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